“혼자서는 한계점 명확한 연구 분야…한의학 연구 네트워크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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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한계점 명확한 연구 분야…한의학 연구 네트워크 절실하다”
  • 승인 2023.07.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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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한의융합인재상 수상한 하나연 임상조교수

기능성소화불량 한의CPG 개발하며 임상 적용 제시…한약 제형 개발 등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여한의사회는 지난달 19일 한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젊은 여한의사에게 수여하는 제4회 한의융합인재상 수상자로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임상조교수와 하나연 경희대한방병원 임상조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위장관질환을 비롯한 연구의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에 앞장서온 하나연 교수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의융합인재상 수상 소감이 궁금하다.

아직 배워야할 것들이 더 많은 초보 연구자이기에 상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도움주신 많은 분들을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기쁘게 상을 받았다. 먼저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여한의사회에 감사드린다. 연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지도교수님이신 김진성 교수님의 영향이 크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동료 연구자분들과 함께 고생한 의국원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아무 성과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

 

▶기능성소화불량, 과민대장증후군, 위식도역류질환 등 다빈도 위장관질환 관련 한의치료 임상연구를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기능성소화불량은 상복부 통증, 식후 포만감, 조기 만복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흔한 상부위장관질환 중 하나이다. 증상을 설명할 만한 기질적인 질환이 확인되지 않지만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만성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기관에서 수행된 임상시험에서 116명의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게 내소화중탕을 4주간 투여했을 때, 위약과 비교하여 소화불량 관련 증상과 삶의 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기능성소화불량에 대해 다빈도 한약제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함과 동시에, 하위그룹 분석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집단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생각한다.

과민대장증후군 역시 반복적인 복통과 배변습관의 변화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예비연구를 통해 과민대장증후군 환자의 다양한 증상 정보를 수집하였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절차를 거쳐 설사형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제제인 곽정탕가미의 유효성을 탐색하기 위한 무작위배정, 양측눈가림, 위약대조 임상시험의 개시를 앞두고 있다.

그 외에 위식도역류질환의 경우 표준치료인 양성자펌프억제제에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만성적인 가슴쓰림과 산역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육군자탕 병용투여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기획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질환 모두 한의의료기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환자군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한의치료 선택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나아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기능성소화불량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실무자로 알려져 있다. 임상의들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조언한다면.

기능성소화불량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했던 점은 한국의 한의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한의사들이 임상현장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침서를 개발하여 의사와 환자간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진료지침의 신규개발 절차를 준수하면서 기존의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작성하였기 때문에 중국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가 다수 포함되었으나, 국내 임상 한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자문위원회와 개원의 패널을 포함한 다학제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적절히 선별하였다. 무엇보다도 한국 한의학 임상현장에서의 적용가능성을 우선시하여 환자의 개별 특성과 치료기간, 협진치료 여부를 포함한 임상적 고려사항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단순히 책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함과 동시에 향후 사용자들의 선호도와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반영함으로써 단계적인 보완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한의 의료 관련자들의 관심과 사용, 피드백을 요청드리는 바이다.

 

▶한의융합인재상은 한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한의학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요인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한의계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의과대학 학부생 시절에 나는 연구하는 한의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진로에 대한 시야가 좁았다. 지나고 보니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기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또 최신의 연구방법론을 습득하고 대규모 과제를 수주하여 다년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선배 연구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그런 기회조차 접하지 못하는 동료, 후배 한의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는 혼자서는 나아갈 수 있는 한계점이 분명한 분야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한의학 분야의 연구자 네트워크가 공고히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기초와 임상을 연계한 유기적인 협업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연구 과제나 인력 양성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

임상현장에서 동일한 한약치료에 대해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치료 반응과 예후를 평가하면서, 뇌-장-미생물 축에 미치는 한의치료의 효과와 작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를 타겟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유형을 분류함과 동시에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한약제제를 활용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다. 또한 입으로 약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를 힘들어 하는 구토증 환자나 암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제형 개발을 모색하여 한약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료실에 있을 때 오히려 내가 환자분들로부터 배우고 얻는 것들이 더 많다고 느낀다. 소화기질환을 전문분야로 삼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한 가지를 맡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든다. 나의 경험을 동료들과 나누고, 내가 배운 교훈과 지식을 후배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그동안 내가 받은 도움을 베푸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보낸 하루가 쌓여서 환자의 건강과 한의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항상 겸손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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