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노쇠(frailty)와 요양원 입소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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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노쇠(frailty)와 요양원 입소예측
  • 승인 2023.08.1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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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노쇠는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도 등재되어 있는 상병명입니다. 언뜻 들었을 때 노년기의 쇠약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요. “노화에 따른 전반적인 기능 저하와 더불어 개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생리적인 예비능력이 감소하여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저하됨으로써 여러 질환에 이환될 위험이 높아지며, 그 결과 기능의존이나 입원의 가능성이 증가된 상태1)라고 하는데, 정의는 학자들 간에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이 개념이 실제 쓰이는 상황을 살펴보다 보니, 노쇠라는 개념의 용도로 공통적인 것이 있습니다. 노인들 중에서도 특히 질병에 더욱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는 단서를 준다는 거죠.

노쇠의 정의가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했는데, 진단 항목도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Fried 등이 정리한 노쇠입니다. 5개 항목(체중감소, 근력 약화, 탈진, 느린 보행속도, 신체활동량의 감소)중에 3개가 해당하면 노쇠, 1개 또는 2개가 있으면 노쇠 전 단계, 그리고 하나도 해당되지 않으면 노쇠 없음으로 봅니다. 2010년 국내 연구진은 Fried 방법을 아래와 같이 측정하고, 더 나아가 8문항짜리 한국형 도구2)를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황환식 외. 한국형 노쇠측정도구 개발 및 타당도 조사(2010)>

 

(1) 체중감소: 지난 1년간 의도하지 않은 4.5kg(혹은 체중의 5%) 이상의 감소가 있었으면 1/ 그렇지 않으면 0

(2) 탈진(활력감소): “모든 일들에 대해 힘든 느낌이 들었습니까?” 혹은 도무지 해나갈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까?”라는 질문에 한 가지라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인 경우를 1/ 그 미만인 경우 0

(3) 신체활동 감소: 일주일간의 소비 칼로리를 계산하여, 남자군과 여자군으로 분리하여 각각 하위 20%에게 1/ 이외의 경우 0

(4) 보행속도 감소: 4.5m 걷는 속도를 측정하고 성별과 키를 보정하여 하위 20%에게 1/이외의 경우 0

(5) 근력 약화: 악력계로 측정하고, 성별과 체질량지수를 보정하여 하위 20%에게 1/ 이외의 경우 0

 

신체기능 활성도가 저하되는 경우 질병에 걸리기도 쉬워지지만, 혼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남의 손을 빌리게 되는 의존 정도도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노인의 일상생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우 생길 수 있는 결과 중 하나가 요양원 입소인데요, 요양원 입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국내외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요. 그래서 어떤 집단을 놓고 이 중에서 요양원 입소를 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그룹은 어느 그룹인가?’를 예측하려고 할 때 바로 이 노쇠 지표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3,4,) 노인 요양원 입소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한 연구들을 살펴보니, 다른 도구보다도 노쇠 지수를 사용한 연구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쇠 지수로 점수를 내 보니,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실제 요양원 입소가 더 많이 관찰되었고요.

요양원 입소 예측에 대한 연구는 호주, 독일, 일본, 네덜란드, 벨기에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루어졌는데 공적 보험으로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부분이 있는 국가들에서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공공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자료를 사용해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고요. 실제 활용이 가능한 예측모델이 잘 개발된다면, 노년층을 위한 보건복지 재원을 누구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고, 선별검사의 비용 감소 및 불필요한 시설 입소를 줄이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요양원 입소를 늦출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로 생각되고 있는 것은 아직 입소할 만큼 기능저하가 심하지 않은 노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벼운 돌봄을 받으면서 집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입니다. 왕진, 재택의료, 통합돌봄 사업, 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양원의 입소 자체는 노인의 기능저하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 그 입소 예측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모든 지역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이러한 발생 가능성을 판정하기보다는, 기능약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사람들에게 시설입소를 늦추기(예방하기) 위해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이 더 뚜렷한 용도로 보입니다.

 

표: 한국형 노쇠측정도구.
출처: 황환식, 권인순, 박병주, 조비룡, 윤종률, 원장원. 한국형 노쇠측정도구 개발 및 타당도 조사. Annals of geriatric medicine and research 2010;14(4):191-202.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노쇠 지수 등으로 예측되는 시설 입소 가능성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번 글5)에서도 다루었지만, 요양원의 입소 자체는 노인의 기능저하와 연결된 타인 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각 노인의 일상생활 최적화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간호나 보조에 필요한 일손 또는 비용 등 개인이 마련해야 할 자원은 무엇일까와 함께, 노인 및 보호자의 목표와 선호에 대한 현실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이야기합니다.

노쇠 진단의 활용은 건강 취약군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계량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해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봐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지만, 실제 노쇠 그룹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을 통하여,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한국형 노쇠 측정도구2)도 적용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현장 적용시에 응답이 예/아니오로 딱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많지만, 이 도구를 통해 임상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질문들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존 질병을 치료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노쇠여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초진 환자의 기본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은경/호영보건의료연구소

각주

1) 원장원. 노쇠의 평가와 관리. J Korean Med Assoc 2017;60(4):314-320.

2) 황환식, 권인순, 박병주, 조비룡, 윤종률, 원장원. 한국형 노쇠측정도구 개발 및 타당도 조사. Annals of geriatric medicine and research 2010;14(4):191-202.

3)  Segal JB, Chang H-Y, Du Y, Walston JD, Carlson MC, Varadhan R. Development of a Claims-based Frailty Indicator Anchored to a Well-established Frailty Phenotype. Med Care. 2017 Jul;55(7):716-722. doi: 10.1097/MLR.0000000000000729. Erratum in: Med Care. 2017 Dec;55(12):1062. PMID: 28437320; PMCID: PMC5471130.

4)  Pogam MA et al.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knowledge-based score to predict Fried's frailty phenotype across multiple settings using one-year hospital discharge data: The electronic frailty score. eClinicalMedicine 2022;44: 101260. Published online 10 January 2022. https://doi.org/10.1016/j.eclinm.2021.101260

5)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6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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