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여섯 번째 이야기-
상태바
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여섯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8.18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61)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양경락의 위치

고대인들이 그려놓은 음경락과 양경락의 위치를 보면 인체의 전후(음경락=前, 양경락=後)가 되기도 하고 표리(음경락=裏, 양경락=表)가 되기도 하게 애매하게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양경락 즉 인체의 온수파이프는 인체의 후면에 위치하면서도 표면에 위치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의학이야기 18편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인체의 표면은 내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차가워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강기류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인체의 전면에는 기본적으로 상승기류가 이루어지지만 가장 바깥에 있는 표면은 차가워지면서 하강기류가 생기기 때문에 인체의 전면에는 음경락과 함께 양경락이 흐르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그림 1 경락의 구조(표면과 내부/전면과 후면)

◯ 첫째, 인체 전면에 위치한 간과 심장은 열생산에 관여하고 인체 후면에 위치한 폐와 콩팥은 냉각기능과 관여한다. 그래서 음경락은 인체의 전면으로 지나가고 양경락은 인체의 후면으로 지나간다.

◯ 둘째, 인체의 심부에서는 열생산이 이루어지고 인체의 표면에서는 열발산을 억제하면서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표면으로 인해 양경락은 인체를 감싸면서 흐르게 되고, 그래서 인체의 전면으로는 음경락과 양경락이 함께 흐르게 된다.

 

양경락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육부가 아니다

양경락의 이름을 보면 육부와 대응이 되고 있지만, 이는 synchronized 즉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지 육부가 양경락의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어떠한 흐름이던지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려면 높은 압력차가 필요한데, 육부에서 만들어지는 압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육부에서 경락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높은 압력차를 만들어내서 경락의 유주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오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내용으로는 한의학이야기 16편, 26편 그리고 27편 둥에서 필자가 만든 두 가지 가설과 함께 소개하였으며, 이를 다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심장과 콩팥에 생기는 높은 압력과 간과 폐에 생기는 낮은 압력에 의해서 체액은 다음 그림과 같이 이동하거나 이동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그림 2). 여기에서 상승하고 하강하는 힘은 횡격막 위와 아래의 밀도차에 의해서 생긴다. 횡격막 아래에 있는 체액이 따뜻해지면서 가벼워지면 밀도가 낮은 횡격막 위로 향하는 힘이 생기며, 횡격막 위에 있는 체액이 차가워지면서 무거워지면 밀도가 높은 횡격막 아래로 향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그림 2 열순환과 경락 그리고 장부

 

둘째, 유체는 압력차에 의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흐름 역시 예상해볼 수 있다(그림 3). 횡격막 위에서는 압력이 높은 인체 전면(심장)에서 손끝으로 체액이 이동했다가, 압력이 낮은 인체 후면(폐)으로 체액이 돌아온다. 횡격막 아래에서는 압력이 높은 인체 후면(콩팥)에서 발끝으로 체액이 이동했다가, 압력이 낮은 인체 전면(간)으로 체액이 돌아온다.

그림 3 팔다리에서 경락의 유주방향

 

콩팥과 족삼양경

위의 두 가지 가설과 그림을 종합해보면 양경락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압력은 폐와 콩팥이라고 할 수 있다. 폐에 생기는 낮은 압력은 수삼양경락의 하강기류를 만들어내며, 콩팥에 생기는 높은 압력은 족삼양경락의 하강기류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자면 대부분의 체표를 감싸고 있는 것은 양경락 중에서도 족삼양경락이라는 점이다. 족삼양경락은 상지만 빼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인체를 감싸듯이 흐르고 있다. 즉 인체의 가장 바깥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열발산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양경락은 수삼양경락보다는 족삼양경락이 위주가 된다고 할 수 있으며, 족삼양경락의 유주는 콩팥에서 만들어지는 높은 압력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콩팥과 말초저항 그리고 혈압

콩팥과 말초저항 그리고 혈압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혈압은 심박출량과 총 말초저항에 의해 결정되며 총 말초저항이 증가하면 혈압은 상승한다. 말초저항이 증가하여 혈압이 높아지면 콩팥은 즉시 혈압-이뇨와 혈압-소듐이뇨를 일으킨다.

둘째, 총 말초저항이 오랫동안 정상보다 증가되어 있거나 감소되어 있는 여러 조건에서도 염분과 수분이 콩팥에서 정상적으로 배설되면 심박출량과 혈압은 적절하게 조절된다.

셋째, 혈압이 내려가면 레닌-안지오텐신 계가 작동하게 되고 혈압이 상승하게 되는데 2가지 효과를 통해 혈압을 증가시킨다. 첫 번째는 세동맥이 수축하면 말초저항이 증가하여 혈압이 상승하는 것이고, 두 번째 기전은 콩팥에서 염분과 수분의 배설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 말초저항 증가 → 혈압 상승 → 콩팥에서 혈압-소듐이뇨 증가 → 혈압 하강

○ 혈압 하강 → 레닌-안지오텐신 계가 작동→ 말초저항 증가 + 염분과 수분 배설 감소 → 혈압 상승

 

이와 같은 사실들은 말초저항이 콩팥의 혈압 조절 기능 즉 체액 조절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인체의 가장 바깥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열발산을 조절하는 족삼양경락의 유주방향이 콩팥에 생기는 높은 압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