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8기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베이직 코스’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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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8기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베이직 코스’를 마치며
  • 승인 2023.08.2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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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이정은

mjmedi@mjmedi.com


사랑과 존중의 가치를 임상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는 M&L심리치료
이정은
아름건강한의원장

M&L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학부 시절 강형원 교수님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학부 때부터 정신과에 관심이 있던 터라, 기회가 되면 꼭 강의를 들어보리라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졸업 시기에 맞춰 코로나19가 터졌고, 3년여 간 수강은 여의치가 않았다. 아쉬워하던 차에 우연히 하베스트에서 M&L 온라인 강의를 보게 되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하베스트 온라인 수강 장점과 오프라인 실습의 최적 결합

이번 M&L 강의는 기존 100% 오프라인 혹은 실시간 줌강의로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하베스트를 통한 온라인 강의와 3주에 한 번 줌을 통한 만남, 마지막 오프라인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온라인을 통한 강의는 사실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M&L 온라인 강의는 마치 삭막한 일상에서 한줄기 햇살을 공급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쿠오카 유멘탈 클리닉 유수양 원장님과 원광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강형원 교수님 두 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일상의 힘든 것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고 절로 힐링이 되는 듯했다. 치료자에게 목소리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무기가 되는지를 깨닫기도 했다. 줌을 통한 만남에서는 강의를 듣고 느끼거나 새로 배운 점을 나누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같이 공감하고 때로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점차 안전의 장이 구축되어가는 것이 느껴져, 오프라인 만남 전부터 편안함을 느꼈다.

심리, 정신, 마음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본인 스스로 그것에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일 수 있다. 나 또한 불안에 취약하고 한때 우울했던 사람으로 심리학, 정신의학을 스스로 찾아 공부했다. 많은 심리학 이론과 치료 기법들이 있지만 M&L은 인간 자체에 대한 무한한 지지와 믿음, 그리고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치료하면서, 그리고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 ‘사랑’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며 핵심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M&L은 단지 이 사랑의 정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현장에서 변화를 일으키도록 여러 스킬들이 구현되어있다. 강형원 교수님은 이것을 ‘M&L은 사랑과 존중의 가치를 치료의 현장으로 가져온 의미있는 작업’ 이라고 표현하셨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안전의 장’ 구축을 통한 치료적 관계성 확립의 중요성

강의를 들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심리치료의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치료기법보다 내담자와 치료자의 관계성 확립과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리소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전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안전의 장이 없이 시행되는 모든 심리치료 기법은 심지어 폭력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환자가 오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환자를 가르쳤던 때가 있다. 빨리 환자를 그 힘든 곳에서부터 벗어나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을 때 변화되고 치료된 환자는 별로 없었다. 나는 나의 속도에 맞춰 환자를 끌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환자는 버겁고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환자는 저마다의 마음의 속도가 있다. 환자가 지금 이 공간이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도록 나는 환자의 마음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컨택과 트랙킹을 통해 환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이끌어내고 마음을 다해 먼저 들어주어야 한다.

러빙 비잉네스는 안전의 장을 구축하는 것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도적으로 그 사람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찾아내 표현한다. 사실 이러한 경험을 일상에서 하기란 매우 어렵다. 환자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면 굉장히 낯간지러워하고 어색해한다. 본인의 문제점, 부족한 점, 단점은 너무 쉽고 빠르게, 많이 찾아내면서 장점, 리소스를 찾을 때는 낑낑댄다. 칭찬을 해줘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20~30대의 젊은 환자들을 많이 보는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쉬는 법을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항상 부족한 것 같아요.”, “나만 빼고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늘 평가와 비교에 노출되어있는 경쟁 사회에 살다보니 진정한 스스로의 가치를 보지 못하고 성과나 지표로 본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러빙 비잉네스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존재 자체로서의 사랑스러운 나’를 찾아내고 경험하게 해준다. ‘사회화된 마음’으로 꽁꽁 싸여 보이지 않던 내가 ‘자기주도적 마음’을 통해 보이게 되고 점차 ‘자기변용적 마음’으로 성장해간다. 사회가 정해준 기준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이전에는 결코 맛보지 못했던 평안한 마음을 경험하게 된다. 억눌려있던 마음이 펴지면서 환자의 표정도 밝아짐을 보게 된다.

마인드풀니스는 유수양 선생님께서 ‘거센 파도 속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가 파도 속에서 나와서 모래밭에 앉아서 파도를 바라보는 것’이라 표현하셨는데, 이 말이 참 와닿았다. 우리가 감정에 빠져있을 때는 마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처럼 죽을 것 같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다. 감정이 나를 휩싸서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상태이다. 마인드풀니스는 파도 속에서 빠져나와 파도를 바라보듯, 감정과 생각을 제3자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다. 어떤 판단과 평가 없이 마음을 바라봐줄 때 파도가 잔잔해지듯, 우리 마음도 고요해진다.

마음의 방은 마인드풀니스를 처음 시도할 때 아주 좋은 기법이다. 환자가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할 때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자유롭게 마음의 방을 그린 후, 그것을 치료자와 함께 바라볼 때 그것만으로 순식간에 마음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마음의 방은 내가 이번 M&L 강의를 들으면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시도하고 효과를 본 방법이다. 치료를 진행해가며 환자의 마음의 방이 변해가는 것을 환자와 같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오프라인 실습에서 특별한 경험

강의와 줌 미팅을 통한 만남도 좋았지만 2일간의 오프라인 실습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M&L을 단지 기법으로서, 형식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습의 모든 시간동안 M&L 자체를 몸으로, 또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안전의 장이 구축되었고, 서로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며 러빙 비잉네스하며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실습을 마칠 무렵 소감을 이야기할 때 이것을 ‘마치 종교 집단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세상에 없는 무해한 모임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해줄 것만 같은. 그래서 주말 1박 2일간의 다소 타이트한 일정이었음에도 오히려 무언가 힘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유수양 선생님께서는 하루에 정신과 환자를 70명씩 보시면서도 기가 빨리거나 힘이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힘을 받는다고 하셨다. 아마 M&L을 통해 환자를 볼 때 이것이 환자를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생님에게도 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환자가 변화되는 것을 보는 감격도 한 몫 하겠지만 말이다.

 

한의학의 정신의학적 장점이 M&L에서 꽃피우다

M&L 강의를 듣고 나는 더 많은 한의사들이 M&L 강의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의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도 그렇다. M&L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동시에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돈과 성공, 출세와 명예가 전부인 것과 같은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아닌가 싶다. 불안정한 시대에 많은 한의사들에게도 불안함이 엿보인다. 나를 포함하여 M&L을 들은 한의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나 스스로가 치유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번 실습강의 이후에도 불안한 마음을 갖고 왔다가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M&L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의사들이 M&L을 통해 변화를 경험하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M&L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시고 발전시켜주신 유수양 선생님과 강형원 교수님, 이번 강의를 위해 애써주신 최보윤 원장님과 성승규 원장님, 손성은 원장님을 비롯한 앞 기수의 원장님들, 하베스트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수업 내용 중 강형원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지난 7월 22일(토)과 23일(일) 이틀에 걸쳐 한국M&L심리치료연구원 주최로 “제8기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베이직 코스”의 실습 워크샵이 서울에서 열렸다. 2023년은 M&L심리치료가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되는 해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강형원 교수의 꾸준한 노력으로 ‘전수가능한 한의학적 심리치료’로 한의계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열리던 코스를 코로나가 계기가 되어 2021년과 2022년에는 줌 실시간 강의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하였고, 올해는 한의학 교육 플랫폼인 하베스트와 협업하여 on/off 블렌디드 교육형태로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편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반복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인지, 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었으며, 임상적용에 대해서도 훨씬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가오는 8월 21일에는 하베스트를 통해 “제8기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어드밴스드 코스”가 오픈되고, 어드밴스드 코스의 실습은 11월 4일과 5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이 때 ‘한국M&심리치료연구원 10주년 기념행사’도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M&L심리치료연구원 홈페이지인 https://mnlkorea.org/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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