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괴팍한 상사, 제발 연애라도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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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괴팍한 상사, 제발 연애라도 했으면
  • 승인 2023.09.0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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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감독: 클레어 스캔런출연: 조이 도이치, 글렌 파월, 루시 리우, 타이 디그스 등
감독: 클레어 스캔런
출연: 조이 도이치, 글렌 파월, 루시 리우, 타이 디그스 등

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늘 오만하고 재수 없고 까칠하지만 또 업무능력은 출중해서 인정받는 상사와 열정 넘치고 나름의 재능이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에 실수만 만발하고 있는 사원이 등장하곤 한다. 이런 유형의 오피스물은 한국에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그 오래 전, 패션잡지에 들어선 패션문외한 인턴비서의 이야기를 다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만 봐도 미국의 상사들은 한국과 종류만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달달볶는데 최적화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는 넷플릭스에서 로맨틱코미디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알 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성격이 더럽고 꼬장꼬장한 상사 탓에 고생하던 비서들이 의기투합해서 서로의 상사를 연애시키자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연애라도 하면 일도 덜 하고, 화도 덜 내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다.

영화 자체가 아카데미 수상작 급으로 뛰어난 작품이라서는 아니고, 로맨틱코미디 장르 중에서는 볼 만 하다는 평을 많이 듣곤 했다.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대한 비하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클리셰 투성이인 장르적 특성상 대체로 영화마니아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편은 아니지 않던가. 이렇게 냉정하게 말해도 필자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수시로 챙겨보는 로코마니아다.

201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보자마자 ‘아, 넷플릭스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넷플릭스 작품의 특징은 장르나 서사를 불문하고 다양성 있는 캐스팅과 소재를 즐긴다는 점이다. 이 영화 역시 그래서 보통은 전통적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을 연상시킬 법한 상사 역할에 유색인종인 루시 리우와 타이 디그스가 캐스팅됐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던 그림을 깨서 신선함을 추구한 캐스팅이라는 것이 이 작품이 가장 호평 받는 이유다. 어디서 본 듯한 소재가 대다수인 장르 특성상 이렇게 작은 것 하나만 바꿔도 신선해진다. 로코는 어차피 어디서 본 듯한 사랑이야기가 많아서, 뭐 하나만 달라도 재밌어진다.

특이한 설정, 재기발랄한 분위기, 그리고 의외로 따스한 주변인물들의 우정과 신뢰, 성장이 이 영화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여자주인공인 하퍼는 언젠가 자신만의 글을 써서 완성해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완성하질 못한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하퍼에게 글을 쓰라고 응원해준다.

아주 극단적인 전개는 없다. 기본적으로 대강 시놉시스만 봐도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보인다. 그러나 그 뻔한 전개가 기분 나쁘지 않다. 마음이 편안하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사랑스럽다. 그게 로맨틱 코미디에 우리가 기대하는 바가 아니던가.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우리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만하다. 복잡한 것도 싫고, 편안하고 싶을 때, 소파에 늘어져서 넷플릭스를 켜기 좋은 작품이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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