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뼈 손상이 없는 발가락 연조식 괴사의 한의학적 치료 증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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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뼈 손상이 없는 발가락 연조식 괴사의 한의학적 치료 증례
  • 승인 2023.09.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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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진

허선진

mjmedi@mjmedi.com


안녕하세요. 이전 말단부 괴사 증례보고에서는 주로 손가락 위주로 소개해드렸다면, 오늘은 발가락 조직이 괴사된 환자의 치료 케이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발가락 괴사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외상성 절단(및 절단 이후 접합의 실패), 당뇨 합병증, 승압제 부작용, 동상, 자가면역질환 등의 원인으로 다양합니다.

발가락은 손가락의 치료와 경과 및 특징이 매우 유사하지만, 손가락에 비해 외상성 손상으로 생긴 괴사보다 내인성 요인으로 발생하는 괴사로 내원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어디까지 괴사가 되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괴사부위는 결국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은 치료 대전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괴사 부위가 아닌 인근 부위까지 염증 상태로 판단될 때 어디까지 추가 괴사가 진행될 것이며 그것을 어디까지 제거할지는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아래의 좌측 사진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이미 발가락 말단부 괴사가 일어난 상태에서 내원하신 환자분의 사진입니다. 검게 괴사된 부위의 주변부까지 통증, 부종, 발적, 열감이 심한 상태로 추가 괴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래의 우측 사진은 승압제 사용 후 부작용으로 발가락 말단부 괴사가 일어난 환자분의 사진입니다. 이미 괴사된 부위와 그렇지 않은 주변부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주변부의 발적 및 부종이 관찰되어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사진 1. 좌측 :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발가락 말단부 괴사,

우측 : 승압제 부작용으로 인한 발가락 말단부 괴사.

 

현재 괴사된 범위를 넘어선 부위까지 괴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절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 안타깝지만 차라리 빠른 시일 내에 외과적 절단을 결정하는 것이 환자의 시간적 수고로움과 고통을 덜어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후 치료의 목표를 어디까지로 잡을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괴사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경계가 명확하며 추가 괴사가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뼈 손상의 여부에 따라 치료의 난이도와 변수가 달라지지만 대부분 수술 없이 충분히 잘 나을 수 있습니다.

발가락 조직 괴사 후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은 대부분 괴사 부위를 긁어낸 후 피부이식술을 하자는 소견을 듣고 오십니다. 발가락은 손가락 외상처럼 복부에 삽입시켜서 연조직을 재생시키는 복부 피판술이나 손바닥에 손가락을 심는 무지구피판술과 같은 원거리 피판술을 시행하기 힘듭니다. 수술의 특성상 2-3주간 발가락을 타 부위에 고정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괴사 부위를 긁어내고 바로 피부이식술을 진행하게 되는데, 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피부 이식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심미적으로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래에서 뼈 손상이 없는 발가락 연부조직 괴사의 한의학적 치료 증례를 소개하겠습니다.

• 환자 : 만 33세 여성.

• 사고 일자 : 2022년 11월 말 (본원 첫 내원 2023년 3월 7일)

• 사고 경위 : 문턱에 우측 4번째 발가락을 부딪히며 으깸 손상을 입음. 뼈의 손상은 없음.

• 본원 내원 전 치료 : 외과 병원에서 봉합술 후 경과를 지켜보다가 괴사가 이루어져 피부이식수술 소견을 들음.

• 내원 당시 상태 : 우측 4번째 발가락 원위지관절 상부 연부조직이 괴사되어 외피가 검게 변한 상태. 괴사된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경계가 명확하여 추가적인 괴사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영상 검사 결과 뼈 손상은 없다는 소견을 들은 상태.

• 치료 방법 : 하루 2회의 환부 및 경혈 침 치료, 하루 3회의 한약 연고 드레싱.

• 치료 기간 : 약 60일 가량. (2022년 11월 수상, 한의원 치료 시작 2023년 3월 7일 ~ 치료 종결 2023년 5월 6일)

사진 2. 2023/03/07 치료 1일차.

 

으깸 손상으로 인해 모자가 벗겨지듯 연부조직만 떨어져 이를 다시 봉합하였으나 괴사된 상태로 내원하였습니다. 괴사된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경계가 명확하며, 수상 당시 뼈 손상이 없었고 연조직의 괴사만 일어난 상황입니다.

사진 3. 2023/03/07 치료 1일차. 첫 치료 후 4시간 경과

 

첫 치료 후 4시간이 경과된 이후의 모습입니다. 괴사된 부위가 차츰 박리되어 검은색 → 회색 → 흰색으로 색상의 변화가 점차 생깁니다.

사진 4. 2023/03/08 치료 2일차.

 

치료 시작 후 만 하루가 경과되어 괴사 부위가 점차 들뜨다가 완전히 박리된 모습입니다. 검게 괴사된 조직 일부는 메스로 제거하기도 합니다. 이 때 괴사된 부위를 절제하여도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사진 5. 2023/03/09 치료 3일차.

 

부육조직이 점차 연고에 녹아나며 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진 6. 2023/03/14 치료 8일차.

 

부육조직 일부를 메스로 제거한 후의 모습입니다. 피하지방이 노출되었으므로 3도 이상의 외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7. 2023/03/21 치료 15일차.

 

경계면부터 점차 상피화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육조직은 계속해서 연고에 용해되며 바닥이 드러나고, 드러난 바닥에서는 육아조직이 차오릅니다.

사진 8. 2023/04/03 치료 28일차.

 

부육조직이 대부분 용해되고 상피화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입니다.

사진 9. 2023/05/06 치료 60일차.

 

상피화가 거의 완료된 모습입니다. 기존에 지방 패드가 있던 부위까지 괴사되어 없어지고 피부조직으로 덮였기 때문에 한동안은 발끝의 감각이 다소 예민할 수는 있습니다. 60일차에 치료를 종료하였습니다.

발가락이 손상되면 보행 시 상처 부위가 외부와 직접적으로 맞닿으므로 위생 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세균, 진균 등의 감염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또한 심장에서 먼 부위이므로 혈액 순환이 비교적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중력 방향으로 다리를 내리고 있는 경우 환부가 과도하게 충혈되어 통증을 유발하기도 쉽습니다. 발가락의 구조적 특성 상 처치 시 시야 확보도 쉽지는 않기 때문에 세심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지만 수술 없이 잘 나을 수 있습니다.

 

허선진 / 자연재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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