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체질의 의미
평소에 책을 고르거나 읽을 때 제일 먼저 읽는 부분은 서문과 목차이다. 서문을 읽으면 저자가 책을 집필한 의도를 알 수 있고 목차를 읽으면 집필 의도에 따라 어떤 내용이 저자의 의도에 맞게 흐름에 따라 저술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사상의학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 사상의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는데 동의수세보원의 서문을 다시 읽으며 이제마 선생님의 집필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저자인 이제마 선생님은 상한론을 기반으로 환자들을 치료했으나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이 있었고 생각과는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서 많은 고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의 체형 성격부터 시작해 각각의 생리적인 장단점을 통계를 내면서 어떻게 하면 약물의 흡수를 잘 시킬 수 있고 약물 치료의 결과가 증상의 감소뿐 아니라 정신과적인 문제와 내과적인 변화를 통해 호르몬 등의 내분비계의 생리도 같이 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미생물과 유전자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생리·병리현상
치료 후 증상의 변화와 더불어 세균과 바이러스등의 미생물의 변화까지 확인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대의 미생물학과 유전학을 한의학에 도입하는 연구를 할수록 당시의 이제마 선생님의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분명 장내세균총의 존재뿐 아니라 세균총의 몇 가지 특징을 파악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안타깝게도 현미경과 같은 미시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도구가 없었을 뿐 아니라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인력의 부족으로 더 많은 내용을 서술할 수 있음에도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
현대의 체질은 유전자와 미생물의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
지금까지 임상경험으로 난치성 염증 질환의 치료에는 3가지 타입으로 나눠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태양인과 소양인은 하나의 타입으로 보고 태음인과 소음인 이렇게 3가지 체질을 분류하여 치료에 접근한다. 그러나 사상의학에서 나오는 각각의 체질의 체형과 특징을 보고 분류를 하는 것보단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데 진단 방법중의 하나가 유전자이다. 2023년 현재 병리를 일으키는 만드는 마커를 찾기 위해 생명유전공학과 교수님과 같이 연구하고 있는데 유전자의 발현 정도와 각각의 조합이 생리적인 특징을 만들고 그러한 특징이 미생물과 연관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미생물들은 다른 병리로 질병의 증상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난치성 염증 질환의 치료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림1. 2023년 현재 보구한의원 원내에서 진단에 포함하는 유전자 검사 중 다빈도 유전자의 종류와 발현되는 단백질. 진단과 치료에 유전자의 발현을 이해해야 환자의 병리와 치료 예후를 알 수 있다.
이명·난청의 경우도 난치성 염증질환으로 볼 수 있는데 유전자의 특성과 유모세포를 손상시키는 병리 그리고 미생물 층의 특징을 고려해서 치료하지 않는다면 접근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하는 초기의 스테로이드 치료와 기넥신, 비타민D와 향정약물의 치료뿐 아니라 한의 의료기관에서의 치료가 이명·난청의 치료에 뚜렷한 효과를 내기 힘든 경우가 이러한 만성염증의 병리를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2. 활성산소종에 의한 유모세포 손상의 기전. 활성산소종(ROS)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을 이해하면 과도하게 발생한 활성산소종(ROS)에 의한 이명·난청의 증상을 개선 시킬 수 있다.
◇그림3. 이명 난청으로 부천 한의원, 서울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본원에서 진료 받은 환자분의 청력검사. 환자분은 초기 내원시 지속되는 이명·난청 증상에 피로감을 호소하였자. P ATx, 보구 총이탕 가미방 한의원 원내 처방 지모, 황백, 창출, 황금, 강활, 독활, 만형자, 감국, 천궁, 후박, 녹용, ETC.
◇그림4. 이명 난청으로 부천 한의원, 서울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본원에서 진료 받고 있는 환자분의 두달 후 청력검사. 약 한달반의 치료로도 이명·난청 증상에 호전을 보였다. P ATx, 보구 총이탕 가미방 한의원 원내 처방 지모, 황백, 창출, 황금, 강활, 독활, 만형자, 감국, 천궁, 후박, 녹용, ETC.
패러다임의 선점을 위한 노력
환자의 유전자와 미생물을 파악하며 치료하는 진료방법은 일반적인 한의 의료기관에서는 쉽지 않다. 개원을 하고 하루에 평균 170명의 환자들이 내원하며 다양한 임상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진료하여 질병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혔다면 지금은 다양한 진단기기와 생명유전공학과 랩과의 협업으로 미시적인 생리·병리 반응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한의사의 필수 의료참여를 위해 논의가 시작되고 있으며 부족한 의료인력을 한의사가 담당하며 국민 보건의료에 한 축을 담당하길 기대하고 있다. 체질이란 개념은 원래 한의학의 한 분야이고 이전과는 다른 미시의 세계를 볼 수 있는 현대에 한의사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날을 꿈꾸며 이번 회차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