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마음근력으로 시작하는 세상과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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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마음근력으로 시작하는 세상과의 소통
  • 승인 2023.09.2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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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내면소통

적어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전화로 수다를 떨고,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내외 함께 만나 저녁을 먹는 절친 C원장이, 8월 마지막 날 숙제라면서 700쪽이 넘는 소위 ‘벽돌 책’을 건네주었습니다. 『내면소통(Inner Communication)』! 저 또한 나른한 봄날 연구실에 앉아 인터넷서첨 서핑하며 마주쳤었지만, 제목으로 볼진대 자기계발서의 일종일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외면했던 책이었지요. 읽던 게 있어 며칠 지나 몇 페이지 뒤적였는데, “와 와!” 감탄사가 터져 나오며 책장이 저절로 넘겨졌습니다. 독파하기까지 일주일은 걸리겠다 싶었는데, 채 이틀이 지나지 않을 만큼….

김주환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김주환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지은이는 현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주환 님입니다. 뇌과학과 명상으로 압축되는 책 내용이 전공 학부와 선뜻 연결되지 않는다 싶었는데,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더군요. 효과적인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선 자기 내면과의 소통이 우선이며, 방법론적으로 명상이 가장 효과적이다! 나름 근사하게 추론했노라 생각했건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 그 자체이듯이, 내면소통이 자신과의 소통 및 타인과의 소통. 그리고 세상사와의 소통이라는 인간 존재의 세 가지 범주 모두를 아우르는 소통의 본질 그 자체였기에….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는데, 저는 크게 3부분으로 구분되더군요. 먼저 1장 은 현대인들에게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신경망 활성화, 곧 마음근력 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6장은 저자의 신조어(新造語)이자 십여 년 전 베스트셀러 제목이기도 한 ‘회복탄력성(Resilience)’, 다시 말해 ‘마음근력’의 개념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근거로, 철학·뇌과학·양자역학 등 무척 어려운(?!)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설득력 넘치게 풀이한 부분이지요. 7∼10장은 명상의 본질인 내면소통의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이고, 마지막 11장은 보너스 격으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전통적 명상법을 깔끔하게 정리한 부분입니다. 심신의 건강 도모가 목적인 분들이라면 실제적인 내면소통 방법을 다룬 뒷부분에 더 눈길이 가겠지만, 우리 한의학도들에겐 6장까지가 오히려 하이라이트로 여겨질 겁니다. 최신의 뇌과학·양자역학에 대한 해설도 흥미진진할 테고, 무엇보다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핵심 개념인 ‘내재적 질서(implicate order)’를 등장시키며 데카르트·뉴튼 등에 의해 확립된 기계론적 환원주의를 단번에 전복시키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질 정도거든요. 고전물리학에 바탕한 세계관은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 단언하며 유기론적 전체주의의 관점이 실재 우주의 참모습을 반영한다는, 곧 생명체는 ‘being’이 아니라 ‘becoming’이라는 포효!. 물론 하이데거의 ‘Dasein’은 ‘현존재’가 아니라 ‘인간존재’나 ‘사람’으로, 데카르트의 ‘Cogito’는 ‘생각하다(think)’가 아니라 ‘인식하다(recognize)’로, 명상방법 중의 하나인 사띠(sati)는 ‘마음챙김’이 아니라 ‘알아차림’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송곳 같은 지적에도 적지 않은 감명을 받으실 겁니다. 우리로서는 메를로 퐁티(Merleau Ponty)의 ‘몸 철학’이 너무 단촐하여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데, 훗날 김교수님께서 또 멋진 성과물을 내 주시리라 믿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나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용서·연민·사랑·수용·감사·존중의 여섯 가지 긍정적 내면소통 명상을 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인간과 그 무리들이 마구니 마냥 떠오르는데, 이럴 땐 정말 어찌 해야 할까요?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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