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통합의학 분야의 발전 가능성과 참신한 아이디어 엿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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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통합의학 분야의 발전 가능성과 참신한 아이디어 엿보아”
  • 승인 2023.10.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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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조영민

mjmedi@mjmedi.com


2023 제2차 유럽 국제통합의학보건총회 참관기- 로마, 이탈리아
조영민 /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 전문수련의
조영민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
전문수련의

들어가기 전에

추석을 앞두고 독일, 캐나다, 중국,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수많은 임상의와 통합의학 연구자들이 모여들었다. 국제보완의학연구회인 ISCMR (International Society for Traditional, Complementary &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을 필두로 통합종양학회 ARTOI (Associazione Recera Terapie Oncologiche Integrae) 등에서 주관한 제2차 세계통합의학보건총회 WCIMH (World Congress of Integrative Medicine and Health)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보완의학 학회가 주관하는 만큼 종양, 소아, 임상 연구, 교육, 예술, 영양에 이르기까지 전체론 관점으로 다양한 통합의학 주제를 다루었다. E-poster 발표와 오프라인 강연이 시간별로 배치되어 있고 학회장 중앙에는 여러 홍보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학회는 2023년 9월 20일에서 23일까지 4일간 로마 시내에 있는 Angelicum Congress Center에서 진행되었다.

 

대강당(Aula Magna)에서 Eran Ben-Arye 강연을 경청하는 모습

 

주요 강연

Eran Ben-Arye: 통합암치료의 연장선, Integrative Surgery

Eran Ben-Arye는 예루살렘의 Hebrew University에서 가정의학과를 전공한 의사이다. 그리고 미국에 Maryland University에 보완대체의학 교육부서를 창설하고 국제통합암학회인 SIO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나 미국임상종양학회 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통합종양학 전문가이다.

의사의 신분을 가진 만큼 그가 표준의학에서 통합종양학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넓다. Integrative surgery는 현재 Eran Ben-Arye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인데, 외과 의사가 수술을 진행할 때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침(針)과 심리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술실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영상 자료에서 본 환자의 상태와 수술 후 통증 감소에는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 환자가 수술을 받기 전, 중, 후에 심리치료사가 계속해서 편안한 이미지를 상기시키고 심폐기능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혈자리에 침구사가 침을 놓으면서 환자의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동서양과 전통현대의 영역을 넘어 전인적인 통합치료가 이루어지는 한 장면이었다.

 

장내 미생물(Gut microbiome)을 이용한 통합암치료

강연자가 꽤 많았던 주제이다. 항암으로 인한 후유증 개선만이 아니라 암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인 생존율 개선,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면역기능을 조절하며 암 발생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여러 강연이 펼쳐졌다. 무조건 유산균을 복용하는 게 좋을까? 특정 미생물군이 암을 유발하지는 않을까? 암에 걸리는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들 간에 장내 미생물 차이는 어떨까? 항생제의 영향은 무엇이며 암 환자에게 건강한 식습관은 무엇일까?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통합종양학에서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Gut microbiome”을 치료 분야로서 재조명하였다.

 

한국한의학연구원(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강연

포스터 발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강연에 선정되면 청중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유방암 환자의 증상 관리를 위한 침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주제로 한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예슬 박사님의 발표를 들었는데 회귀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유창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암 환자들에게 침 치료를 하는 사례가 많이 있고, 오랜 역사와 함께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비교적 보급되어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침 치료의 효과를 알리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인 근거와 노력이 필요한데, 탄탄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유서 깊은 Angelicum Congress Center 중앙 광장의 풍경
유서 깊은 Angelicum Congress Center 중앙 광장의 풍경

마무리하며

학회에 참석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각국의 통합의학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는 게 국제 학회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유창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실험적인 내용이나 연구를 막힘없이 영어로 설명하고 본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분명 필요해 보였다. 생각보다 더 다양한 많은 국가들에서 보완대체의학, 통합암치료에 관심을 보여 놀라웠다. 분명 주된 의학이 따로 있고, 통합의학에 회의적이거나 배타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전보다 나은 치료, 더 나은 삶의 질을 구하기 위해 통합의료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 표준 치료와 전통의학은 상호 대체 가능하거나 배척하는 영역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영역임이 분명해 보였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과학적이고 안전한 치료 근거를 확립하고, 어느 한 분야에서만이 아닌 진정으로 통합된 의료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각국에 설립되기를 바란다. 먼 타국에서 배우는 길을 돌아보고 영감을 얻을 기회를 주신 대전대 한의대 유화승 지도교수님과 현지에서 같이 귀한 시간을 보낸 한국한의학연구원 정미경, 나세원 박사님 등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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