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77> - 『肘後百一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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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77> - 『肘後百一方』①
  • 승인 2023.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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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머리맡에 놓인 구급방의 역사

  우리가 『주후방』이라고 부르는 몇 가지 의서가 존재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晉代 의학자 葛洪(281~341)이 남긴 것이다. 갈홍은 또『抱朴子』를 지어 고대 연단술사이자 오늘날 고대화학자의 원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지었다는 주후방의 원작은 100권 분량이나 되는 방대한『玉函方』에서 가려낸 것이라 한다.

 ◇ 『중정주후백일방』
 ◇ 『중정주후백일방』

  보통 『肘後備急方』이라고 불리며, 비슷한 이름의 『肘後救卒方』 혹은 『肘後卒救方』, 『肘後急要方』, 『肘後要急方』이라고도 한다. 또 작자의 호칭을 앞에 붙여 『葛氏肘後方』또는 『葛仙翁肘後備急方』이라고도 불린다. 이 책이 우리 의학에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인 삼국시대일 것으로 보이는데, 고려 말『新集御醫撮要』에서는『聖濟總錄』,『外臺祕要』와 함께 이용되었다.

 『고려사』문종 13년(1047)조에는 ‘新彫肘後方 七十三板’이 완성되어 祕閣에 비치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한편 新舊唐志에 ‘葛洪肘後救卒方 6권’, 도홍경의 ‘補肘後救卒備急方 6권’, 또 宋志에 ‘葛洪肘後備急百一方 3권’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이중『어의촬요』편찬에 사용된 것이 고려판 ‘新彫肘後方’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세종대 의학백과전서인 『의방유취』인용제서에서는 ‘葛氏肘後方’이란 서명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향약집성방』에도 처방이 다량 인용되어 있다. 따라서 여말선초 역대의방서 가운데, 가장 기본서로 간주되었으며, 조선의학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판본으로 현존하는 것은 없으며, 필사본으로 전해지는 것도 보기 드물어 문헌탐구가 이어져야만 한다.

  중국에서도 원작은 진즉 사라지고 梁나라때 陶弘景(452~536)이 처방 101수를 덧붙여 『補闕肘後百一方』(9권)이라고 하였다. 이후 갈홍이 지은 원작과 도홍경이 증보한 내용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뒤섞여 한 몸이 되어버렸다. 또 金나라 楊用道가 『證類本草』안에서 간편한 처방을 발췌해 덧붙인 다음 『附廣肘後方』이라 하였는데, 이것이 현전 『주후방』의 모태가 되었다.

  어느 시대 어떤 판본이든지 간에 한국의학에서 이용된 이 책의 판본과 그 영향성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된 바 없으니, 후속 연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자료도 완전한 것은 아닌데, 비교적 근세에 등초된 사본인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료는 권5~8까지만 남아 있는 欠本인데, 유통되는 통행본의 전체내용 가운데 절반가량만 남아 있는 셈이다. 각권의 장차가 별도로 매겨져 있고 각권의 말미에 서제와 권차 아래 반드시 ‘畢’자를 적은 것으로 보아, 권별로 나누어 등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쪽(5~6권)은 반흘림체로 작성하였고 뒤편(7~8권)은 단정한 해서체로 되어 있어 서로 다른 시기에 등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2권씩 지념장으로 묶어 보관했던 것을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이의 손에 의해 2책을 합한 다음 한데 묶어 선장으로 개장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잔존권의 권수제에는 ‘重訂肘後百一方’이라 하였고 판심에는 ‘肘後百一方’이란 서제와 함께 권차와 장차가 위, 아래로 적혀 있다. 본문에 광곽이나 계선을 두어 행간을 구분하지는 않았으나 1면에 11행22자씩 반듯하게 抄寫하였다.

  상단 여백에는 여타 서적과 교감한 내용이 頭註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어 후대 교감주석본을 등사한 판본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마지막 권으로 보이는 권8의 말미 뒤편에 다음과 같은 주기가 달려 있다. 이 자료의 저본이 된 원래 판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라 하겠다. ‘孟冬朔日岳州府知府劉自化奉檄校刊’ 이 문구로 인해 두주에 적힌 교감기의 주인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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