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79> - 『肘後百一方』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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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79> - 『肘後百一方』③
  • 승인 2023.1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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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편작과 갈홍, 그리고 주후방의 전래

 『주후방』이 삼국시기 이래 고려시대까지 주요 의방서로 이용되었음을 이미 언급한 있는데, 특히 조선시대에 들어와 『향약집성방』에 다량의 처방이 수재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향약집성방』의 모태가 되었던 『향약제생집성방』에도 역시 ‘주후방’이 인용되었는데, 대개 ‘肘後’라고만 약칭되어 있어 당시 매우 익숙하게 알려진 대표방서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중정주후백일방』
 ◇ 『중정주후백일방』

  예컨대 보물로 지정된 현전본을 보면 이농조에 “갑자기 풍사에 감촉되어 귀속이 멍해진 경우, 소금 5되를 주머니에 넣어 시루에 쪄서 따뜻할 때, 귀를 대고 베게 한다.”라고 하였다. 또 齒間出血에도 ‘肘後治齒痛, 齦間出血, 極驗.’이란 조문에 소금을 가루 내어 밤마다 손상부위를 문질러서 치료하는 방법이 보인다. 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외치법이 응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두풍조에 “조각자 가루를 대나무 통에 넣어 콧속에 불어 넣으면 곧바로 그친다.”고 하였고 후비조에는 “黃蘗 조각을 꿀로 볶아 머금고 있으라고 했다. 안과질환에도 등장하는데, ‘肘後方治眼生赤白瞖’가 그 사례이다. 곧 “雄雀矢를 곱게 갈아 갓난아이의 젖에 버무려 내자에 점안하면 곧바로 예장이 저절로 해소된다.”고 했으니 묘하게도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게 여겨지는 외치법들이다.

  그런데 같은 책 권4를 보면, ‘肘後方’과 ‘葛氏方’이란 출전서명이 동시에 함께 등장한다. 이것은 우리가 보는 주후방이 도홍경에 의해 정리되기 전, 갈홍의『玉函方』혹은 다른 경험방 판본이 동시에 통용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의방유취』인용제서에서는 ‘葛氏肘後方’이란 서명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이와 달리 본문에서는 그저 ‘주후방’이라고만 약서되어 있다. 현대 문헌비평에 따르면 楊用道가 증보한 송판본을 적용했기에 원방에 차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속첨한 내용이 혼잡하게 된 것은 이에 앞서 애초 편작이 남긴 주후방에 갈홍이 자신의 옥함방에서 가려낸 것을 덧붙임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뒤로 도홍경이 증보한 내용 또한 원문과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들어갔으며, 금대 양용도가 부가한 경험방 역시 송대 통용본에서 서로 혼잡하게 되어 분량만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내친 길에 연전 중국에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겨주어 중의계의 일대경사를 이루었던 학질 치료방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현전 사고전서본에서는 ‘治寒熱諸瘧方第十六’으로 되어 있는 부분에 학질로 인한 한열왕래 증상을 다스리는 각종 치료법들이 열거되어 있다. 하지만 『의방유취』에서 인용서의 차서와 무관하게 새로운 체제에 따라 재편되었기에 이러한 권차로는 찾을 수 없다.

  우선『의방유취』권121~123에 諸瘧門이 병증문으로 설정되었기에 여기서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이도 제123권 가운데 주후방의 ‘治寒熱諸瘧方’이 오롯이 수재되어 있었다. 이중 ‘치학병방’ 2번째 처방에 靑蒿를 이용한 치료법이 눈에 들어왔다. 전문은 “又方, 靑蒿一握, 以水二升, 漬, 絞取汁, 盡服之.”로 동일한 문장이다.

  다만 『의방유취』본문에서는 위 문장 중 ‘以水二升’ 아래 ‘壽域神方, 二鍾’이란 교주가 더 있다. 이것은 주후방의 처방과 후대 문헌인 수역신방에도 동일한 치방이 등장한 것을 알고 이를 비교하여 교기로 남긴 것이다. 조문에 계량단위가 ‘되 승’에서 ‘종지 종’자로 바뀐 것 이외에는 전혀 다른 것이 없었기에 『의방유취』에서는 두 문장을 이렇게 축합하여 교감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방제가 어디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 유래와 변천과정을 한 곳에서 확인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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