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4) 한의원 운영축의 하나 - 직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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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4) 한의원 운영축의 하나 - 직원(1)
  • 승인 2023.11.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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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한의원 고민은 A부터 Z까지가 “직원”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200% 동의한다. 사람, 그것도 아픈 사람을 대면하여 살피는 일이기 때문에 직원 역량 고하에 따라 고객만족도는 물론 진료와 응대의 수준이 달라진다. 그리고 치료보조에 따르는 일들과 물품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챙기냐도 중요하다. 게다가 접수, 수납 등은 한의사가 직접 하기엔 원장도 환자도 부담스러운 일이므로 최소 1명 이상의 직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직원 숫자가 적은 경우에 여러 가지 일을 모두 해야 하므로 해당직원이 매우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업무총량이 굉장히 적다하더라도 업무의 종류가 다양하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남과 어울려 일을 하느니 난 혼자 모든 일을 다 하고 말겠다는 이도 간혹 있으나 만나기가 매우 힘들다. 여럿이 일을 하게 되면 업무분장이나 팀워크 등을 잘 조율해야 한다.

2018년의 일이다. 당시 우리 한의원에는 직원이 4명이 상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3명이 무척 고생을 하면서 4인 몫의 일을 하고 있었다. 꾸준히 추가채용공고를 올렸는데, 오는 사람마다 1달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야간진료가 생각보다 힘들어요, 갑자기 집에 큰 일이 생겼어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서 있기가 힘들어요 등등등 이유가 가지각색이었다. 업무교육을 해서 일을 좀 할 만하면 나가는 것이 반복되니 모두가 지쳐갔다. 그러다 A라는 직원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당시 40대 초중반이고 다른 직원들은 20대 중후반이었다. 나이차이가 있어 겉돌면 어쩌지 걱정을 했는데 성격이 씩씩해서인지 생각보다 잘 적응하는 듯 했다. 중간 중간 A와 3명이 좀 삐걱거리는 모양새가 있어 잘 조율을 하기도 하며 3개월, 4개월, 5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휴대폰의 업무메신저에 메시지알림이 울렸다.

“원장님 저희 3명 모두 그만두겠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에 깜짝 놀랐고, 퇴근 이후 메신저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전화를 해서 모두 한의원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가보니 A는 없고 고참직원 3명이 모여 있었다. 내용인즉슨 4명이 서로 다퉜는데 A와 나머지 3명의 의견차가 너무 컸고 엄청나게 큰 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떻게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1명은 너무 울어서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직원이 퇴사의사를 밝히면 그대로 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 3명에게 일단 알겠으니 월요일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보냈고, A에게 연락하여 내일(일요일)에 만나자고 했다. A에게 들은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 3명이 그동안 업무나 음식을 가지고 힘들게 한 내용들이 어마어마했다. A는 나름대로 잘 견뎌보려고 하였으나 그 날은 생각지 못한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여 언쟁을 하다가 다툼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A의 하소연을 2시간가량 들어주고 나자 A는 원장님이 이야기를 다 들어줘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너무 너무 착하고 일 잘하는 에이스 직원 3명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에 대한 충격도 매우 컸지만, A와도 함께 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 일에 관해서는 오롯이 피해자이고 아직은 업무적으로 나와 부딪힐 일이 없었지만, 2시간의 대화 속에서 나와 업무적 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명확하게 들었다.

결국 4명 모두 퇴사하는 것으로 하였다. 다만 필자나 한의원 때문에 나가는 것이 아니므로 1주 간격으로 순차적 퇴직을 해 달라 요청하였고 그들은 마지막 근무일까지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고 나갔다.

그렇지만 신규직원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2018년 그 당시 부원장이었던 후배와 필자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직원 물갈이가 되고 새 직원들이 안정되기까지 직원업무를 우리 둘이 나눠서 했다. 진료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발침, 전침, 소독 등은 부원장이 도맡았다. 온갖 물품 관리 및 정리와 접수, 수납, 전화받기, 청소, 탕전 등은 내가 직접 하면서 분투했다.

아마도 많은 원장님들이 직원에 관련된 좋은 일들도 힘든 일들도 모두 많이 겪었을 것이다. 필자가 기술한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까진 아니더라도 말이다. 한의원은 노동집약적 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보면서 상당한 개원의들이 “노동집약”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그 뒷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다음 편 글에 이어나가도록 할 테니 기다려주시라.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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