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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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6-1)
  • 승인 2023.12.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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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억간산 활용의 실제 (전편)
권승원 /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1. 억간산은 어떤 처방?

억간산(抑肝散)은 조구등, 시호, 천궁, 당귀, 복령, 백출(또는 창출), 감초로 구성되며 중국에서 1550년에 출간된 설개(薛鎧) 의 『보영촬요(保嬰撮要)』가 기원인 처방이다. 당시에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아이가 초조해하고 경련하거나, 이갈이를 할 때, 무서워 벌벌 떨며, 항상 열이 나거나,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토하고 침 흘리며 배불러 식사도 하지 못하고 잠도 못 자는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여러 전문가의 다양한 활용법이 추가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가 체력저하와 함께 불안, 초조를 보이는 병태의 각종 신경정신증후(치매 환자의 양성 이상행동심리증상[BPSD], 뇌전증, 불면, 불안, 우울, 이상운동질환, 근긴장이상, 뇌졸중 후유증 등)에 응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였다.

 

2. 근거기반 뇌졸중 환자에 대한 억간산의 적응증

뇌졸중 환자 진료 시 억간산은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 가장 주목할만한 적응증은 뇌졸중 후 섬망이다. 뇌졸중 발생 후 입원 상태에서 섬망이 발생하게 되면, 환자 자신이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 효과적인 증상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섬망이라고 하면, 항정신병약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이 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한약처방 중 하나가 바로 ‘억간산’이다. 급성기 뇌졸중 입원 중 섬망을 보인 환자 77명을 대상으로 억간산을 투약한 결과, DRS(Delirium Rating Scale)의 중간값이 15점에서 8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하강했으나, 주간 활동에 지장을 일으킬 수 있는 과진정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뇌졸중 환자에서 신체활동을 촉진하는 재활치료 진행이 원활한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데, 과진정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이다.

치매가 동반된 뇌졸중 환자라면, 흥분이나 공격성 등을 보이는 양성 BPSD 증상이 있을 때도 억간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다양한 치매 관련 임상진료지침에서는 양성 BPSD에 억간산 활용을 제안했으며, 억간산이 향정신병약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약물사용에 의한 과진정이 일으킬 수 있는 흡인폐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뇌졸중에 동반된 치매의 양성 BPSD 또는 연하장애가 동반된 뇌졸중 환자가 앞서 언급했던 섬망 증상을 보여 항정신병약 사용을 고려하게 될 때는 억간산의 활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뇌졸중 후 수면장애도 억간산의 적응증이다. 일본에서 2012년 발표된 “수면장애 대응과 치료 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억간산을 수면장애에 활용할 수 있는 한약 중 하나로 제안하면서 그 기전이 ‘자율신경계 활동이나 기분안정화를 통한 수면촉진효과’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필자는 뇌졸중 환자의 수면행동이상(잠꼬대로 헛소리를 하며 신음소리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증상)에 억간산을 활용하여 증상의 경감을 확인한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기도 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자율신경기능 교란이 발생하며 급작스레 수면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 때 억간산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뇌졸중 후 감정장애(불안, 감정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 발표된 한 케이스 시리즈에서는 뇌졸중 발생 후 공격성, 배회 위주의 감정조절장애를 보이던 환자 2인에게 억간산을 투약한 결과, 해당 증상이 신속히 소실되었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불안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성인 범불안장애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 불안장애 치료약물에 비해 억간산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제안을 수록하고 있어 억간산의 원 적응증인 불안, 초조를 보이는 병태의 감정장애를 뇌졸중 후 보일 경우, 이 처방의 사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신경병증성 통증 중 하나인 ‘뇌졸중 후 중추성 통증(Central Poststroke pain, CPSP)’을 보이는 경우도 활용 가능하다. 억간산은 정서 문제가 동반된 각종 난치통증에 응용되어 왔는데, 이에 기반하여 일본통증클리닉학회에서는 “신경병증성통증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판”을 통해 증례보고 수준의 근거이지만 억간산을 신경병증성통증에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통상적인 약물치료법(항전간제, 항우울제 등)에 반응하지 않는 CPSP 환자에게 억간산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다만, 억간산을 활용할 때는 두 가지 키워드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양성(陽性) 불안, 초조’라는 키워드이다. 임상에서 환자의 정서적 이상을 크게 무기력으로 대표되는 음성증상과 그에 반하는 양성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억간산은 꼭! 양성증상일 때만 효과를 보인다. 둘째는 ‘중간 이하의 체력’이다. 억간산을 ‘양성증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다 보니 매우 튼튼하고 건실한 체력을 소유한 경우 활용하는 약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처방이 원래 소아용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체력은 중간 이하에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참고문헌

1. 中崎公仁,他.急性期脳卒中患者のせん妄症状に対する抑肝散(TJ-54)の有効性の検討. 脳神経外科. 2013;41(9):765-771.

2.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8 Appendix. http://www.jsom.or.jp/medical/ebm/cpg/pdf/KCPG2018.pdf

3. 김수현 외. 뇌졸중 이후 수면관련 행동장애를 보이는 환자에 대한 억간산가미 치험 2례. 대한중풍·순환신경학회지. 2019;20(1):9-16.

4. Kajitani K, Kanba S. Successful treatment of poststroke emotional incontinence with yokukansan, an Asian herbal medicine: report of two cases. J Am Geriatr Soc. 2012;60(2):379-81.

5.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불안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2021.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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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1-02 22:06:59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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