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참나의 지휘로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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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참나의 지휘로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
  • 승인 2023.12.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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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서주희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나쁜 마음은 없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소심이, 까칠이, 슬픔이가 주인공인 라일리의 마음 안에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 하나가 튀어나오며 주인공을 장악하던 장면이 기억나시나요? 아니면 유미의 세포들에서 각 상황에서 어떤 세포가 주도하냐에 따라 유미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으셨나요? 그렇다고 라일리나 유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끼거나 다중인격자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을 겁니다. 이러한 영화나 웹툰으로 본 간접체험이 아닐지라도, 우리 역시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 그리고 욕구를 느끼는 등 자신 안에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는 것은 다들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내 안의 여러 가지 모습들 가운데 혹시 내 자신도 이해가 잘 가지 않거나 싫어하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리처드 C.슈워츠 지음,
신인수‧박기영 옮김, 온마음 펴냄

 

그렇다면 지금 소개해드리는 이 책이 그 부분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친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 뒤에 감추어져있던 내면의 귀한 보물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Internal Family Systems(내면가족체계, 이하 IFS)심리치료는 가족치료사였던 Richard Schwartz 박사가 내담자를 주로 ‘가족체계’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다가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내담자들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였고, 그들의 내면에 ‘하위인격들’ 즉 ‘파트’ 라고 불리는 분열된 각각의 마음의 부분들을 목격하면서 체계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내면아이에 접근해서 치료하는 방법들은 기존에도 이미 다양하게 있었습니다만, IFS의 가장 큰 특징은 내담자의 Self와 파트를 연결해주고 관계를 맺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맺을 때 각 파트를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호기심과 연민의 마음으로 파트들의 말을 들어주면 파트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의도를 알게 되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파트가 스스로 방어를 풀 수 있게 되어 다른 파트들도 알아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각의 파트들이 셀프의 주도하에 협력하게 되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Self라는 지휘자의 지휘하에 하모니를 만들어내듯 내면의 파트들이 조화롭고 최적의 역할을 하며 내담자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IFS에서는 ‘관리자(manager)’, ‘소방수(fire fighter)’와 같은 보호역할을 하는 부분들, 그리고 흔히 우리가 내면 아이라고 부르는 상처입은 부분들인 ‘추방자(exile)’로 크게 나눕니다. 추방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들이 품고 있는 고통이 너무 커서 의식 위로 올라오지 않게, 다른 부분들이 애를 쓰며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체계에서 소방관의 대표적인 예로써 중독이 있는데요, 알콜이나 일, 심지어 몰두하는 영적 종교적 행위조차 IFS에서는 소방수의 역할일 수 있다고 봅니다. 추방자가 올라온다고 느낄 때 올라오는 불안이라는 불을 끄려고, 급박하게 느껴져서 이 불안한 경보를 빨리 끄기 위해 정말 소방수처럼 이 파트가 스피디하게 출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파트는 자기 역할에만 너무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가장 조화롭게 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추방자와 그 고통을 만나는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IFS 세션에서는 내담자의 Self가 파트와 연결하여 압도되지 않고 그 파트의 애쓰고 있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알아주고 그간 받아왔던 비난과 오해를 풀고, 그 파트가 지니고 있던 짐을 덜게 해주면, 추방자에게로 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어 Self가 추방자와 연결되어 더 이상 추방자 혼자가 아닌 Self의 목도 하에 진정한 치유가 시작됩니다.

8C(Compassion, Curiosity, Courage, Confidence, Clarity, Calmness, Creativity, Connection)라는 특성을 지닌 Self 주도하에 삶을 살아가게 되면, 타인에게 구속되어 사는 것이 아닌 정말 나 자신의 온전함을 되찾아 섬김의 Self-leadership을 가지며 참나의 비전을 가진 자신의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Self-transforming을 이끌게 됩니다. 이는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서, 또한 우리 사회나 세상도 치유하여 그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초월적인 영성까지 아루릅니다. 나 자신을 치유하는 일이 이 세상을 치유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IFS는 개발된 지 30여년정도 되었는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치료효과가 입증되어 미국 정부 산하 기관인 NREPP(National Registry of Evidence-based Programs and Practices, 전 미국 근거에 기반한 치료방법 및 프로그램 등록기관)에도 등재가 되어 있고, 현재 미국 및 세계 곳곳에서 수천 명의 정신건강전문가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IFS가 우울증이나 공포증, 불안장애, 신체화장애 혹은 각종 신체 증상들, 그리고 회복탄력성과 트라우마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고, 최근에는 psychidelic 치료제와 결합하여 훨씬 더 풍부하게 Self와 연결하여 치료효과를 향상시키거나, 환자-의사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함께하는 의사결정 모델로써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최소량으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약물치료에 대한 내담자의 파트에 대한 의견을 존중하여 협력하는 모델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경험한 IFS는 상당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치료법이었는데요. 특히나 트레이닝 과정에서 경험한 Self의 가장 큰 특징은 애쓰지 않음으로 확연히 구분이 되었습니다. 애씀과 애쓰지 않음에 대한 여운에 머무니 문뜩 노자의 도덕경이 떠오르며 Self가 결국 도의 특성으로 느껴졌는데, 같이 트레이닝에 참여하셨던 다른 분들은 고린도전서에서 말하는 사랑이 Self라고 느껴지기도 하셨다고 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한 연결됨에 깊은 감동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IFS가 현대 심리영성의 고전인 <기적수업>과 유사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기적수업의 목적은 너의 본래 유산인 사랑의 현존을 의식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을 치우는 것이며 너의 목적은 너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모든 진리는 결국 통하게 되는 것일까요? 참나이든, Self이든, 사랑이든, 도이든, 명명되어지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 모두의 선한 본성을 찾아 자신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아닐까요?


(IFS 공식 트레이닝은 한국인 최초 IFS 트레이너인 권혜경박사가 이끄는 한국어 트레이닝이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www.PsychologyKorea.com 트레이닝을 참조해보시기 바랍니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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