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3-IRON」
대만 영화인 「애정만세 Vive L'Amour」는 차이밍량(蔡明亮, 1957~ )이 감독과 공동각본을 맡았는데, 1994년에 제5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애정만세愛情萬歲」에서, 부동산 중개회사에서 일하는 ‘메이’는 자신이 관리하는 아파트 문에 열쇠를 꽂아둔 채 나온다. 납골당 영업사원인 ‘시아오강’이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고, 열쇠를 훔친 후에 몰래 그곳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낸다. 다음날 저녁에 시아오강이 그집에서 자살을 시도할 때, 시내에서 만난 메이와 ‘아정’이 갑자기 들어와 섹스를 한다. 그 후 아정 또한 메이에게서 열쇠를 훔쳐 그집에 드나들게 되고, 결국에는 ‘빈 집’에서 마주친 시아오강과 아정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김기덕(金基德, 1960~2020) 감독이 만든 영화 「빈 집」은 2004년 9월에 열린 제6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빈 집을 여는 남자와 빈 집에 갇힌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태석’은 BMW오토바이를 타고 집집마다 돌며 열쇠 구멍에 전단지를 붙인다. 그는 오랫동안 전단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집을 열고 들어가 얼마간 살다 나온다. 그리고 그런 집을 골라 옮겨 다니면서 산다.
표절 의혹
아시아영화 전문 평론가로 알려진 토니 레인즈(Tony Rayns, 1948~ )는 『필름 코멘트 Film Comment』 2004년 11/12월호에 실은 「관능적인 테러리즘 : 김기덕의 이상한 사례」에서, ‘김기덕 감독은 「빈 집」에서 젊은 남자가 아파트에 침입한 뒤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서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를 표절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그리고 ‘「빈 집」에 은사자상을 안긴 베네치아영화제의 심사위원단은 「애정만세」를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조롱했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제 수상 이후에 정성일 평론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1) 정성일 씨는 ‘영화의 도입부가 자신에게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를 떠오르게 했다.’면서, 그 영화를 보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 빈 집에 들어가 태석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이 이강생이 「애정만세」에서 했던 것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기덕 감독은 그 영화를 물론 보았다면서, 자신은 「애정만세」에서 마지막에 여자가 공원에 앉아서 우는 장면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정성일 평론가의 질문을 들으니 ‘이강생’의 에피소드들도 기억이 나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화들이 이전 작품이나 다른 누군가의 영화들 속 이미지와 중첩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일 씨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계속 같은 질문에 직면할 텐데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단정해서 말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지만, 김기덕 감독은 ‘그런 질문들은 상관없다.’고 했다. 그리고 “차이밍량이 잘 알려진 유럽에서도 「빈 집」의 이미지들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해석하지는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깐느, 베네치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받은2)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영화감독이었다.
「기생충 Parasite」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奉俊昊, 1969~ )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이다. 한진원과 함께 각본을 썼다. 「기생충」은 2019년 5월에 열린 제72회 깐느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77회 골든글로브상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으며, 2020년 2월 9일에 LA 할리우드의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기우’는 친구인 ‘민혁’의 제안과 소개를 받았고, 명문대생으로 학력을 위조해서 민혁이 하던 부잣집의 과외 선생이 된다. 그런 후에 잇단 속임수를 통해서 여동생 ‘기정’과 부모인 ‘기택’과 ‘충숙’까지 한 가족이 모두 ‘박 사장’ 집에 고용되어 들어간다. 이 내용이 영화의 전반부를 구성하고 있고, ‘문광’이 비가 쏟아지는 날 초인종을 누르는 씬(scene)부터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
「민사라 칸나 Minsara Kanna」
1999년에 인도에서 제작된 「민사라 칸나」는 라비쿠마(K. S. Ravikumar) 감독의 코미디 영화인데, 백만장자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진 한 젊은 남자의 이야기이다. 남자는 여자의 집안에서 자신과의 결혼을 허락해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여자의 언니 집에 보디가드로 취업한다. 이후 남자의 남동생과 누나도 각각 집사와 요리사로 고용되어 백만장자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2020년 오스카 시상식 이후에 이 영화의 제작자인 테나판(P. L. Thenappan)은 법률대리인을 통해서 『타임즈 오브 인디아』와 나눈 인터뷰에서, ‘「기생충」이 「민사라 칸나」의 줄거리를 훔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대사관을 통해서 「기생충」의 감독과 제작자에게 법적인 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라비쿠마 감독은, ‘아직 「기생충」을 보지 못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오스카상을 탄 영화의 스토리를 20년 전에 자신이 채택해서 만든 사실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Stairway to heaven」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록그룹 송골매의 리더였던 배철수 씨가 진행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2020년에 30주년을 맞아 ‘배캠이 사랑한 음악 100곡’을 선정했다. 1위부터 「Hotel California」 Eagles, 「Sultans Of Swing」 Dire Straits, 「Every Breath You Take」 The Police, 「Stairway To Heaven」 Led Zeppelin의 순서이다. 「Stairway To Heaven」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 1971년 11월에 발매한 정규 4집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곡은 지미 페이지(Jimmy Page)의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데, 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입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사는 팀의 리드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가 썼다고 한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은 워낙 많은 곡들이 표절 의혹을 받았다. 예를 들어, 고전 블루스 곡들을 재해석하여 커버한 것들이 있었는데 크레딧에 원작자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크레딧을 원작자로 올려놓고 원작자 혹은 그의 유족들과 수익을 나눴던 다른 밴드들과 비교되었다. 그래서 레드 제플린은 창의적인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연주 솜씨가 좋은 장인 내지는 빼어난 편곡자라고 낮게 평가받기도 한다. 그들은 1995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밴드 스피릿(Spirit)의 기타리스트 랜디 캘리포니아(본명 랜디 울프)는 1967년에 연주곡인 「Taurus」를 만들었다. 그는 1997년에 작고했다. 그의 신탁 관리인인 마이클 스키드모어는 2014년에 「Stairway To Heaven」이 「Taurus」를 표절했다면서 저작권 확인 소송을 냈다. 스피릿은 1968년에서 1969년 사이에 미국 투어를 다녔는데, 당시 막 결성된 레드 제플린이 오프닝 밴드로 참여했었고 스피릿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니 레드 제플린이 스피릿으로부터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 5일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레드 제플린의 손을 들어주었고 6년을 끈 소송은 종결되었다.
「Down Under」
「Down Under」는 호주 그룹 멘 앳 워크(Men at Work)가 데뷔 앨범으로 1981년에 발매한 ‘Business As Usual’에 수록된 곡으로, 1983년에 빌보드 핫 100에서 3주 연속으로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그리고 이후에 이 곡은 호주의 각종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호주 국민들의 응원가3)가 되었다. 이 곡에서는 멤버인 그렉 햄(Greg Ham)의 플룻 연주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 플룻 연주 부분이 호주에서 잘 알려진 동요인 「Kookaburra」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노래의 저작권을 가진 회사가 멘 앳 워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멘 앳 워크는 소송에서 졌고 엄청난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렉 햄은 자신의 연주 부분이 소송의 중심이 된 것에 자책했고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그는 최종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6개월 만인 2012년 4월에 세상을 떠났다.
체질맥진
위의 사례들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원래 누구의 것인가, 또는 누가 더 창의적인가?’하고 접근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닌 듯하다. 진실은 오로지 당사자만이 알고 있고, 원작자가 누려야 할 영광이 엉뚱한 사람의 몫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세계는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체질맥진은 전통적인 맥진의 촌(寸) 부위에서 1횡지(橫指) 아래(고골 부위의 상향경사면)에 제1지(食指)를 놓는다. 그리고 권도원 선생은 ‘체질맥(體質脈)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변하지 않는 맥으로서 개성의 증명’이라고 했다. 과연 체질맥진에서 제1지를 놓는 방법과 체질맥에 대한 개념이 온전히 권도원 선생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였을까?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