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8> - 『神仙太乙紫金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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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8> - 『神仙太乙紫金丹』②
  • 승인 2024.01.1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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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開花할 싹이 트기를 기다리며

  최근 필자가 입수한 이 책의 필사전본은 기왕에 알려진 간본이나 혹은 가정의약서에 수록되어 전해지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선태을자금단과 그 용법을 필두로 몇 가지 납약과 환산주제, 그리고 주요 외치법과 단방을 모아둔 책이라서 이것을 바탕으로 한두 회 더 이야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특히 이 전본에는 ‘藥用方’이라는 별도 조항을 통해 적응증별 가감법과 복약법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대략 11항목으로 나눈 다음 권점으로 구분하였는데, 한 항목 안에서도 병증이 많게는 10여 종에 달해 전체적으로는 백여 종의 병증에 달하기 때문에 적용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 『신선태을자금단』
 ◇ 『신선태을자금단』

  예컨대, 이 약은 일체 약독, 어육독, 균독, 채독, 山嵐瘴氣毒, 惡獸蛇犬所傷에는 박하탕에 갈아서 쓰되, 내상엔 먹이고 외상에는 바른다고 하였다. 또 탕화상에는 東流水에 갈아서 상처에 바른다고 했으며, 넘어지거나 타박으로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소나무를 태워 술에 담갔다가 달인 물에 약을 갈아서 먹인다고 기술하였다.

  특히 창양이나 정종, 무명악창 등 옹저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데, 적용법이 각기 다르다. 아직 종양이 터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냉수에 갈아서 바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곧바로 낫는다. 만일 이미 종기가 터진 뒤라면 단약을 긁어서 가루로 만들어 상처에 뿌려주면 기막힌 효과를 내게 된다.

  위에서 보듯이 같은 자금단을 사용하더라도 병증에 따라 적용방법이나 매개용제를 달리하여 약효를 최적화하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여러 가지 풍증, 은진, 적종 및 소아의 급만경풍, 8가지 감증, 5가지 이질, 비병과 황종에는 박하탕에 꿀을 조금 섞어 여기에 약을 갈아서 먹이라고 하였다. 만약 생박하를 구할 수 있다면 생즙을 조금 내어 꿀물을 타서 먹인다고 하였다.

  이밖에도 특이한 용법으로 치통에는 술에 갈아 입속에 머금고 있으라 했고 제반 학질에는 신구를 가리지 말고 복숭아나무나 버드나무 가지를 달인 물에 갈아서 쓴다고 했다. 이와 같이 몇 가지 엄선한 향약재를 주재로 비상시 구급약을 미리 장만해 두었다가 다종다양한 질환증상에 따라 사용법과 환약을 녹여 쓰는 용매를 각기 달리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고안한 것이다.

  한편 『동의보감』과 『의학입문』등 몇 가지 참고서를 대조해 보니 적응증이나 적용방법상 서로 약간씩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일체의 음식독에 냉수를 쓰는데, 『산림경제』해당 조에는 井華水나 혹은 長流水를 쓴다는 세주가 있다. 이로보아 시대에 따라 관련 지식이 확충되고 용약경험이 켜켜이 쌓이면서 적용방법이 점차 더 구체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호에서 이미 밝혔듯이, 이 책의 또 다른 특점 가운데 하나는 향약재를 채취시기별로 나누어 그린 그림에 있다. 주재인 ‘산자고’에 대해 長苗, 開花, 殘花, 結子, 葉枯 등 원식물의 주기별 변화에 따른 성상과 특징을 그림으로 그려서 남긴 것이 여타 기존의 다른 의약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

  원작자인 이종준은 회화에도 일가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작품이 전해지진 않지만 그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松鶴圖가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하며, 본문에 남겨진 略畫마저도 식물 생태와 특징을 살려 그린 솜씨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신선태을자금단방』첫 머리, 산자고의 생태와 성상, 그리고 채취법을 적은 글귀에 다음과 같은 말이 들어 있다. “싹이 트기를 기다렸다가 그 땅에 표지를 남겨둔 다음 가을에 잎이 마르거든 채취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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