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6-2) -억간산 활용의 실제 (후편)-
상태바
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6-2) -억간산 활용의 실제 (후편)-
  • 승인 2024.01.25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3.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 상태에서 억간산의 역할은?(표)

전 기고문에서 살펴보았듯 억간산은 고령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매우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뇌졸중 환자가 보이는 다양한 신경정신증후에 응용할 수 있다. 고령 환자의 다약제사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이 과진정을 일으킬 수 있는 항정신병약, 수면제, 항전간제의 과사용임을 고려하면 억간산은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 상황의 필수처방이라 할 수 있겠다.

억간산은 뇌졸중 후 섬망, 수면장애, 치매 동반 환자의 양성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 같은 정신증후와 뇌졸중 후 중추성 통증(Central Poststroke Pain)으로 대표되는 감각증상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 때 주로 활용되는 약제가 방금 전 언급한 항정신병약, 벤조디아제핀계 및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항전간제이다. 모두 목표로 한 증상 조절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과진정에 의해 주간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는 편마비 등에 의해 운동기능저하를 보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운동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간졸음이 발생하게 되면 재활치료 도중 낙상 사고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으며, 집중력 저하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므로 낙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재활치료 중 다양한 정형외과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억간산의 활용은 이러한 약제 사용량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재활치료 중 낙상 방지 및 재활치료 중 발생 가능한 정형외과적 문제 발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과진정 상태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예후를 유의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흡인폐렴’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흡인폐렴은 염증 발생의 원인이 된 이물질이 폐 속에 그대로 남아 영향을 미치므로 일반적인 폐렴보다 더욱 쉽게 중증화되는 경향이 있다.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하거나 패혈증까지 이어지기도 하므로 중환자실 입실 가능성도 높아지며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일반적인 폐렴의 사망률은 19.4~28.3%이지만, 흡인페렴의 사망률은 55~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억간산 활용을 통해 약제로 인한 과진정을 막을 수 있다면, 뇌졸중 환자의 흡인폐렴 방지, 그리고 더 나아가 전반적인 예후의 향상도 도모할 수 있겠다.

같은 맥락에서 억간산은 항콜린효과에 따른 인지기능저하를 막을 수 있다. 섬망에 활용되는 항정신병약, 수면장에 쓰는 수면제와 항히스타민제, 뇌졸중 후 중추성 통증에 사용하는 항전간제로 인해 인지기능저하는 모두 등장할 수 있다. 꼭 인지기능저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중력 저하’, ‘활력저하’ 양상도 임상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중추성 통증을 잡기 위해 항전간제류 처방을 받게 된 환자에게서 ‘그 약을 처방 받은 뒤 뭔가 몸이 무겁고, 힘이 나질 않아요’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간혹 환자 자신은 그러한 활력저하 양상이 새롭게 처방된 약 탓인 줄을 모르는 환자도 많으므로 상기 약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인지기능저하나 활력저하 양상을 보인다면 꼭 해당 약제의 시작시기와 증상발현시기 간의 관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약제와의 관련성이 확인된다면 해당 약제의 감량과 함께 억간산을 활용하여 환자가 호소하고 있는 정신 및 감각증상의 완화를 도모해 보아야만 하겠다.

마지막으로 억간산은 뇌졸중 후 다양한 감정장애를 개선할 수 있으므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관련하여 사용하게 될 약제의 감량 또는 중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흔히 1차적으로 활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 각종 항불안제류 사용 시부터 억간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증상을 최대한 조절해 갈 필요가 있다. 다른 처방 해설 시에도 언급했지만, 삼환계 항우울제의 사용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억간산 병용을 통해 각종 감정장애에 대한 원활한 관리가 이뤄진다면, 삼환계 항우울제 복용에 따른 전도지연 부정맥(1차방실차단, 다발 갈래차단), 기립저혈압, 섬망, 발작, 추체외로계증상 등의 부작용의 발생에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약제사용 상태에서의 억간산 활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억간산은 ‘양성 불안, 초조’를 보이는 뇌졸중 환자의 각종 신경정신증후와 감각증후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소위 ‘과진정’을 일으킬 수 있는 약제 사용 감량 및 중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장기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하나 주의할 것은 이러한 ‘과진정’ 상태에 놓인 환자 중 그 원인이 약제에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담당 의료진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참고문헌

1. 이상봉. 약처방의 정석 1 : Drug class review & Real world prescription. 바른의학연구소. p.138.

2. 이상봉. 약처방의 정석 2 : Drug class review & Real world prescription. 바른의학연구소. 2020. p. 315-333, 438-444.

3. 박명숙, 최스미. 흡인성 폐렴 노인과 지역사회획득 폐렴 노인의 임상양상 비교. 노인간호학회지. 2008;10(2):142-15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