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살핀 의사가 ‘뛰기 힘들다’고 선언을 하자, 이 가난한 나라의 선수는 커다란 눈에서 금세 절망과 슬픔의 눈물을 쏟아냈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서너 번, 마침내 가느다란 몸을 휘청거리며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길거리의 관중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고 거대한 메인 스타디움의 조명도 하나씩 꺼져가고 있었다. 심판들만 지루하게 선수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심판들마저 단념할 무렵, 어둠 속에서 희미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죽을 힘을 다해 결승점을 넘은 그림자는 그대로 쓰러져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탄자니아 선수였다.
사람들이 달려 나와 담요를 덮으며 선수를 안아 일으켰을 때, 사람들은 그의 눈에서 또 한번의 눈물을 보았다. 하지만 그 눈물 속에는 잔잔한 미소가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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