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4> - 『惠庵遺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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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94> - 『惠庵遺書』①
  • 승인 2024.03.0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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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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惠庵선생 남기신 遺文, 증맥용약결

  1868년(고종 5년) 『의종손익』에 이어 이듬해 『의방활투』가 간행되었다. 황도연이 사망한 이후 생전의 유지를 받든 黃泌秀가 1884년(고종 21년) 이 2책의 장점만을 골고루 취합하여 일찍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편제를 갖춘 『방약합편』을 펴내자 조선 의학계의 향배는 모두 이 책으로 귀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혜암유서』
 ◇ 『혜암유서』

  이참에 살펴볼 필사본 의서 『혜암유서』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의종손익』으로부터 『의방활투』를 거쳐 『방약합편』으로 이어지며, 전대미문의 인기의서가 만들어지는 과정 가운데 파생된 것으로 혜암의 임상방약학 가운데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변증용약론과 약성가만을 간추려 옮겨 적은 의약서라 할 수 있다.

  필사본 1책으로 앞뒤 표지도 없이 지념장으로 묶인 채 전해진 것으로 보아 중요한 의약론만을 간추려 옮겨 적은 뒤, 미처 표장을 만들어 씌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발은 물론 목록조차 따로 갖추지 못한 채이어서 편제를 한눈에 살피기 어렵다.

  그런데 첫머리에 ‘惠庵遺書’라고 적은 권수제와 함께 ‘儒書粹要’라고 적은 이서명이 보인다. 아마도 醫儒同道의 입장에서 의약서임에도 불구하고 유가서의 요체로 여긴다는 의미에서 작자에 의해 붙여진 명칭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 서명 모두 기존 의서목록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저자미상의 자가편집본 의서로 분류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미 소개한 다음 글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436회 바늘땀처럼 누벼진 隨症用藥의 강령,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 2009.11.9.일자.)

  본문은 雜病提綱편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부분은 1887년『신증증맥방약합편』을 펴내면서부터 혜암의 문도들에 의해 辨證審脈을 하는데 기준이 될 만한 준칙으로 적용하기 위해 새로 편입한 것이다. 그들은 혜암이 남긴 遺文 가운데 證脈要訣로 쓰기에 요긴한 내용을 수습하여 보정(重訂)한 것으로 첫머리에 기재해 놓았으니, 이 사본 또한 이 무렵에 만들어 졌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다만 목판본 『증맥방약합편』의 잡병제강 편명 아래 소주에는 ‘從節略本’이라고 적은 주기가 달려 있다. 이 글귀로 보아 짐작하건대, 본디 혜암이 남긴 유고의 원문에서 편의에 따라 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부 내용만을 발췌하여 수록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령에 해당하는 雜病提綱에 이어 풍한서습조화 육음사로 세분한 조문이 차례로 등장하며, 이어 調理脾胃와 氣, 血, 痰, 鬱 각조와 적열, 제허, 침한고랭, 장부본맥, 잡병길흉맥, 옹저맥, 구사맥, 남녀노맥, 부인경맥, 임신맥, 사맥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기술하였다. 그런데 『방약합편』잡병제강편 말미에는 ‘新增證脈 完’이라는 문구가 있어 이 부분이 신증한 증맥편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어 藥性綱領과 隨症用藥例편이 이어지는데, 『방약합편』에서는 이 사이에 손익본초목록(약성가목록)이 들어 있지만 여기서는 이 목록이 실려 있지 않다. 이 목록만 해도 12면에 달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분량이 생략되어 있는 셈이다. 이 부분 역시 판본과 크게 내용이 다르지는 않지만 어떤 항목(五臟五味補瀉)은 기재하지 않았다. 또한 수증용약례에서 嗌痛頷腫, 肢節腫痛 등 일부 항목은 빠져있어 양자 간에 다소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뒤이어 諸虛用藥例가 등장하는데, 각종 허증 증상에 가미하는 약재를 예시해 놓은 것이다. 예컨대, 허로두통복열증에 구기자와 위유를 가미하고 虛而欲吐에 인삼을 더하며, 담기부족에 세신, 산조인, 神昏不足에 주사, 복신을 가하는 등 28항목에 대한 가미약재를 기재해 놓아 병증에 따라 손쉽게 용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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