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7> - 『丹波家方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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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97> - 『丹波家方的』②
  • 승인 2024.03.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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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醫王湯과 조선산 인삼의 위력

  본문에는 병증항목마다 소장자가 펜글씨로 기재해 놓은 근대식 병명이 적혀있다. 예컨대, 肺脹(喘急), 肺痿(勞瘵의 古名), 肺癰(肺膿瘍), 腸癰(盲腸炎), 勞瘵(肺結核) 같은 것들이다. 또 소장자가 추록해 넣은 처방도 보인다. 항문에 생긴 치질을 치료하는 황토탕이 바로 그것인데, 부엌 아궁이속 황토 흙(竈中黃土) 3돈을 군약으로 하고 숙지황 백출 포부자 아교주 황금 감초 각 1돈씩 들어간다.

◇ 『단파가방적』
◇ 『단파가방적』

  특이병명도 보인다. 예를 들면, 痧痮病은 奇病이라고 적었거니와, 竅毒은 눈, 귀, 코, 입과 혀, 치아에 발생하는 병을 지칭한다. 여러 질병 중에도 특별히 매독 항목에 많은 치방이 몰려 있는데, 인동탕, 용담사간탕, 쌍해산, 수풍해독탕, 반비해독탕, 오향소독탕 등 인동, 용담, 토복령을 주재로 한 처방이 대거 수재되어 있다.

  특별히 용담해독탕을 기본방으로 三井해독탕, 香川해독탕, 花井해독탕 등을 단계별로 변용하여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해독탕 방명의 앞머리에 붙인 명칭은 변방을 창안한 의가의 성씨를 덧붙여 구분한 것으로 짐작된다. 또 消疳패독산, 丹水내탁산 등 생소한 처방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크게 유행한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당대 의가들이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또 생식기질환에 해당하는 임질 항목에도 醫王加栢經, 지백연자음, 사미아교탕, 용담사간탕, 배농탕, 인동패독산, 연풍패독산 등이 열거되어 있는데, 이런 감염성 질환에도 병증의 허실을 가리고 음형인과 양형인을 구분하여 해당 증상여부에 따라 가감응용하거나 변용방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房傷(방로상)에는 노인이 강력한 방사를 치른 후에 초래된 尸厥증에 쓰이는 처방 固陽湯을 수록해 놓았는데, 특별히 조선인삼을 사용해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조선삼의 흥양익기하는 효능을 잘 인지하고 활용하였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咳血에서는 주독토혈증에 갈근이중탕을 수재하였는데, 廣東參을 1푼~5푼을 넣어 쓰고 있다. 또 大疵血不止에 광동인삼을 가루 내어 출혈부위에 붙이거나 인삼가루를 탕약으로 달여서 마시게 한다고 했으니 용도에 따라 인삼을 산지별로 가려서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구설병에 쓴 만삼이중탕은 산후구설통에 쓰는데, 만삼을 大半 곧 3돈을 넣어 주약으로 삼던가 아니면 日光人參을 中半 곧 1돈5푼 넣어 쓴다고 했는데, 여기서 日光人參(닛코닌진)은 에도막부에서 조선삼 종자를 들여다가 닛코에 있는 왕실어약원에서 키워낸 재배삼을 말하는 것이다. 일명 ‘御用人蔘’이라 해서 매우 귀하게 여겼다. 이와 관련해서는 동의보감문화총서로 펴낸 『에도, 조선의학을 학습하다』(요시무라 미카, 2021.) 참조해 봄직하다.

  한편 앞서 용담해독탕에 의가명을 붙인 가감응용례에 보듯이 이밖에도 新月, 岐山, 德本, 丹水, 達海, 玄治, 圓福, 春圃, 吉益, 奧村 같은 의가명이 방명에 붙여져 있어 다각도로 가감 응용하여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外臺, 醫心, 三因, 必讀, 醫林, 回春, 醫統, 儒門, 局方 등 역대명저의 약서명이 붙여져 있어 누구라도 그 출전과 계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특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한국의학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역대 한의방서에서도 동일한 처방명으로 수록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방제내역이나 가감법이 달라진 경우가 많아 이를 구분해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창안자나 의서명을 축약하여 각기 별개 처방으로 변별해서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 반드시 명작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의학에 유익하고 부족한 것이라면 언제라도 받아들일 포용성을 갖춰야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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