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8> - 『丹波家方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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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98> - 『丹波家方的』③
  • 승인 2024.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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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朝鮮國醫 整庵이 전해준 神通湯

 본문 병증항목 곳곳에 소장자가 기재해 놓은 현대병명이 펜글씨로 적혀있다. 예컨대, 肺脹(喘急), 肺痿(勞瘵의 古名), 肺癰(肺膿瘍), 腸癰(盲腸炎), 勞瘵(肺結核) 같은 병증들이다. 또 소장자가 추록해 놓은 처방도 보인다. 항문에 생긴 치질을 치료하는 황토탕이 바로 그 예인데, 부엌 아궁이속 황토흙(竈中黃土) 3돈을 군약으로 하고 숙지황, 백출, 포부자, 아교주, 황금, 감초 각1돈이 들어간다.

◇ 『단파가방적』
◇ 『단파가방적』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권미의 延壽和方彙函에 있다. 여기에는 寶丹, 玉丹, 神通湯 3가지 신효방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처방의 주치, 처방내역과 함께 특별히 ‘傳’이라 이름붙인 전래 내력이 기재되어 있어 눈길을 끌어당긴다.

  먼저 보단은 허손노권, 형체위리, 음식부진, 혹은 부인이 혈로허손으로 오래되어 울결되거나 남자의 심울 제증에 쓰는 통용방이다. 사향, 유향, 정향, 침향을 비롯해 인삼, 부자, 오두 같은 약재가 들어간다. 게다가 사향, 전갈, 烏蛇, 백강잠 등 동물성약재와 흑연, 진사, 금박과 같은 금석재까지 22종이 망라되어 있다.

  옥단은 적취비괴, 산가식적, 한열병, 대변폐결에 두루 쓰는 제제인데 이 약을 먹고 설사를 쏟아낸 뒤에 앞의 보단으로 보조한다. 파두, 남성, 울금, 대극, 대자석, 망초, 진사, 대황, 견우자 등 18미가 들어가는데, 여간해서 이런 약을 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처방말미에 적힌 사연이 관심사인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2가지 처방은 甲斐國 隱醫 德本(永田德本으로 통칭)이 스스로 만든 것인데, 애석하게도 그 이름자가 상세히 전해지지 않는다. 전국시대 戰神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다케다 신껜(武田信玄)에게 기적과도 같은 효험을 보인 뒤로 명성이 드높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도 역시 덕본을 重用하여 융숭하게 대우했음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받지 않고 물러나 雲水客이 되어 종적을 감추었으니 진실로 隱德明醫라 할만하다고 칭송하였다.

 그 다음으로 수재된 신통탕은 더욱 기막힌 사연이 적혀있다. 음식태과로 복통이 있는데, 上吐下瀉가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금방 죽을 것 같은 경우에 사용하여 목숨을 구하는 처방이라고 하였다. 정향, 목향, 진피, 사인 등 방향성 약재와 양강, 건강, 오수유 같은 온중양위하는 약재가 겸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정작 이 처방의 묘미는 連翹와 枇杷葉 2가지 약재에 있다고 했는데, 분량은 구전으로만 내려오며, ‘非其人莫傳’이라고만 적혀있을 뿐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처방은 식체에 그치지 않고 어쩐 병이나 위급한 경우라도 약냄새만 맡아도 그치며, 잠시 한입 머금기만 해도 즉효를 보게 된다며 효험을 자부하였다.

  이 처방은 兵部少輔 香月(牛山, 1656~1740)의 경험과 고증을 거친 비방으로 원래는 조선국 의학 整庵에게서 전해진 처방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간에서는 香月이 이 약으로 인해 크게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명약이다. 아마도 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조선의관으로부터 받은 처방이 분명해 보인다.

  권말에 부록으로 첨부된 약어표가 보이는데, ‘和漢藥名略語解’로『醫療衆方規矩』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획수별로 2획 力(牛蒡子), 3획 小(細辛)으로부터 24획 蘿(蘿蔔子), 25획 蠻(木瓜)에 이르기까지 319종의 축약어 약재명칭이 수록되어 있으니 이 약어를 해득하지 않고선 고방서를 읽어낼 수 없는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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