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정기총회가 한의계에 상처만 주었다고 비탄에 젖을 필요는 없다. 사물에는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이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지난 총회의 유회는 모두 다 잘해보자고 의욕을 부린데서 비롯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련되지 못했을 뿐 대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정관에 비추어 타당한지 조목조목 따져서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집요하게 밀어부치는 기상은 칭찬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결코 아니다.
물론 주어진 시간 내에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이 또한 누구를 탓한다고 해결될 성질도 아니다.
이미 한의계 일은 20년 전의 상황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문제가 있다면 오래 전에 만들어진 총회운영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개선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한의협 모든 구성원들에게 있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대의원들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헌신적으로 일 해온 집행부에 전가할 일은 아니다.
지난 정기총회는 이런 문제의식을 표출시키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대의원총회의 견제기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 견제기능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혹은 변화된 상황에 맞는 운영체계를 어떻게 빚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던져준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예리하고 열정에 찬 젊은 일꾼들이 부상한 것도 희망적인 신호로 읽힌다. 그런 의미에서 50회 정기총회는 이름 그대로 100회 정기총회를 향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다음 임시총회는 정기총회가 남긴 자산과 부채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또 다시 유회되어서도 안 되고, 급하다고 대충 넘어가서도 안 된다. 따질 것은 따지고, 힘을 실어줄 것은 과감하게 밀어주어야 한다. 심층 논의가 필요하면 상설적인 논의기구를 구성하는 지혜도 발휘해 봄직하다.
집행부와 의장단도 화합과 단결 논리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대안을 갖고 대의원들을 설득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의협 총회를 눈여겨보는 외부단체가 많은 만큼 대외적 위신을 고려해서라도 생산적인 임시총회가 소망스럽다. 대의원 각자의 양식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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