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업에 한의학 참여 여전히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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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사업에 한의학 참여 여전히 미흡
  • 승인 2005.04.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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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운동 등 한의학적 국민건강증진방안 연구 시급
“한의계의 관련 연구 선행돼야” 목소리도

한의학을 국민건강에 활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나 한의계 자체의 연구 미흡으로 정부사업에의 참여폭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개선이 요구된다.
한의계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우울증 치료와 관련해 한의학적으로 대부분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정작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년에 한번씩 시행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사업에서도 한의계는 사이드로 밀려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정신건강주간(4월 1~7일)을 맞아 대한신경정신과개원의협의회 및 한국정신병원협회와 함께 지난 2일 실시한 우울증 무료상담행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정부는 우울증 무료상담행사에 참여하는 국·공립 및 민간정신병원과 정신과의원 269개 의료기관의 명단을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 한방의료기관은 한 군데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무료상담행사가 양방 주도로 진행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주최하는 관련 행사에 한의계가 참여하지 못한 것은 한의학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한의계는 매우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이상룡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회장은 “정신건강의 날 행사에 한의계가 참석하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학회 차원에서 절차를 밟아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방 우울증 치료기관을 공개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 회장은 “아직 한의계의 내부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공개적인 참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상태에서도 우울증 치료에 한의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한의계의 우울증 증상치료는 양방이 잘 한다는 인식이 굳어져서 그렇지 한의학도 일부 진정제가 필요한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신병증 우울증과 신경병증 우울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전체 정신질환의 80%는 한의학이 담당할 수 있고, 양방과 병행치료하면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판단된다.

심신의학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쌓아온 조홍건 원장(서울 강남 옛날한의원)은 한의계가 정신치료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학이 홧병에만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한의학은 공황장애, 우울증, 강박장애, 정신분열, 간질, 노이로제 등에도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심신의학이 정부사업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예방·치료효과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연구성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학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국민건강생활지침에 한의학적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팽배하다. 정부는 국민영양개선을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에 3년에 한번씩 국민건강 및 영양조사를 하도록 못박고 있으며, 이런 조사를 토대로 식생활지침(안)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 신체활동 및 운동관리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13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한의계전문가는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박찬국 함소아의학연구소장은 “국민이 앓고 있는 질환중 많은 원인이 잘못된 식생활에 있다”면서 “차제에 국민의 건강지표를 전면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精을 보호하고 陰氣를 돋구는 식생활과 건강문화를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국민영양조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위원 명단에 한의계 인사를 넣어달라고 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타당성있는 추진방안이 있어야 무수한 결재라인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의계에서 몇 번에 걸친 워크숍과 단계별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라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필요하면 한의대생 1천여명을 상대로 시범조사라도 하는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의계도 정부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김달래 교수(상지대 사상체질의학과)는 “국민건강지침 작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기준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체질진단기법이 나오려면 5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사회적 요구가 높은 우울증과 영양조사사업 등 국민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성을 강렬하고 느끼고 있으나 신뢰성 있는 기준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에의 참여는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의계 내외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인 셈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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