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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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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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가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아마 올해 초 개봉해서 500만이라는 관객을 모으며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된 <말아톤>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시내의 모 중학교 1, 2, 3학년 학생들의 전일제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영화 관람에 대한 가이드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개봉된 영화 중에 중학생들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별로 없어서 개봉한지 좀 되었지만 꾸준히 관객들이 들고 있던 <말아톤>을 선정해서 감상하기로 했다. 영화 시작 전 단상에 올라가 영화를 어떻게 관람하면 좋은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다가 우연히 <말아톤>이 어떤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때 들린 답변은 “애자가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요.” 순간적으로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안 할 말, 못 할 말까지 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1주일 동안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아마 이 답변에 우~하는 야유 소리가 있었으면 그래도 나았을 텐데 이 소리에 모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면서 웃고 있었다. 장애인도 아닌 비속어인 애자라니...

<말아톤>은 너무나 친절하게 맨 마지막 부분에 자막까지 넣어주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관객들, 물론 일부 관객들이겠지만 그들은 <말아톤>을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상인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장한 인간 승리보다는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매는 끝내줘요”라는 유행어가 있는 코미디 영화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났다. 학생들의 모습은 더욱 더 가관이었다. 전에 이 영화를 본 학생들이 몇 명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지루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반응들이었다. 물론 앞서 자신들이 코미디 영화라고 정의를 내렸기 때문에 이 영화가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한 바보가 나와서 마라톤 한다고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것 정도로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물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고, 좀 더 현실적으로 장애우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지만 다시 한 번 여러모로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 영화였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가 흥행했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똑같이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이 새삼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500만의 관객들이, 그리고 앞으로 비디오를 빌려 볼 관객들이 다시 한 번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했으면 한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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