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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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 승인 2005.07.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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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불러들인 잔혹한 재앙

바야흐로 계절은 여름으로 들어서고, 이에 맞춰 영화계에서도 본격적으로 공포영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미 몇몇의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이 선보인바 있지만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관객들은 6월말에 개봉한 <분홍신>을 필두로 올 여름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들 한국형 공포 영화들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 년 동안 한국형 공포 영화들은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많이 성장해 왔다. 예전에 비해 탄탄해진 시나리오와 CG를 이용해 잔혹하거나 무서운 비주얼을 선보이면서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괜찮은 공포 영화들이 나오고 있고, <폰>, <장화, 홍련>, <령>, <여고괴담> 시리즈들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어느 날, <분홍신>의 영화제작사 대표는 길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곳에서 기회를 만나 갑자기 모든 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라는 분홍색 리본을 주웠고,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사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무섭다”였다. <분홍신>은 여기서 출발한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 역 안에 분홍신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고, 한 여학생이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신어본다. 그러나 여학생의 친구가 그 신발을 보자마자 막무가내로 뺏고는 도망간다. 하지만 곧 그 여학생은 발목이 잘려버린다. 그 후, 분홍신은 구두 모으는 것이 취미인 선재(김혜수)의 눈에 띄이게 되고, 선재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분홍신은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분홍신을 신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스로 발목을 자르게 되는 소녀의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를 담은 안데르센의 동화 <분홍신>과 한 축을 같이하는 영화 <분홍신>은 처음부터 관객들을 놀래기엔 충분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 스플래터 무비(Splatter Movie)는 아니지만 사람의 발목이 잘리거나 눈알이 빠지는 것 같은 잔혹한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공포감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우리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공포인 만큼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몇 번씩 소리를 질러야 한다는 공포영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는지 몰라도 너무나 자주 관객들을 놀래킨다. 물론 공포영화로서의 소임을 다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어떤 극적인 상황에서 놀래키는 것보다 갑작스런 사운드로 인해 놀래키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탓에 이야기들이 산만하고, 영화가 끝난 것 같은 시점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서 결국은 약간 생뚱맞은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좀 더 욕심을 버리고, 쉽게 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6살 아이의 엄마로 출연한 김혜수의 열연이 돋보이는 ‘김혜수를 위한’ 영화로 그녀의 연기 변신을 주목해서 봐도 좋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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