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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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 승인 2005.07.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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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숨결이 느껴지는 감동 드라마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기에 놀랍기도 하면서 대단하고, 부러운 것이 하나있다. 바로 나이 든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영화를 보면 나이 든 배우들은 기껏해야 부모님의 역할로 감초 같은 조연급에 지나지 않는데 할리우드에서는 그들이 당당히 주연으로, 거기에 단순히 부모님의 역할이 아니라 그들만의 새로운 드라마를 이끄는 영화들이 많다.

<밀리어 달러 베이비>도 노장들에 의해서, 노장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영화이다. 감독 겸 주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나이가 75세이고, 모건 프리먼의 나이 역시 68세이다. 또한 촬영감독, 편집감독 특히 89세의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같은 베테랑들의 손길이 묻어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 영화계 같은 경우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당하게 영화를 만들어 전 세계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저력을 보여준 것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우리 영화계에도 임권택 감독이나 정일성 촬영감독 같은 거장들이 계시지만 그 외 감독들의 활동이 많이 미비해서 아쉽기만 하다.

권투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친구인 은퇴한 복서 스크랩(모건 프리먼)은 낡은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매기(힐러리 스웽크)라는 여성 복서 지망생이 체육관을 찾아오자, 프랭키는 냉정하게 그녀를 돌려보낸다. 하지만 매기는 체육관에 매일 나와 연습을 하고, 결국 그녀의 노력에 프랭키는 손을 들어 버린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1센트짜리 물건 파는 곳에서 백만불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발견한다는 것으로 뜻밖의 순간에 행운처럼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로 프랭키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매기로 그동안 잃어버렸던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되찾게 해준 장본인이 된다. 물론 매기에게 프랭키는 아버지로서 다가온다. 이처럼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자극적인 소재와 엽기적인 화면이 넘쳐나는 영화계에 ‘가족’이라는 진부하지만 영원한 우리의 테마로 다가오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결코 조급하지 않고, 어르신들의 여유 때문인지 몰라도 성급하게 감정에 호소하려 들지 않으며 천천히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러면서 결말 부분에 예측하기 힘들었던, 아니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감정을 토해낸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매우 절제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여성 복서라는 연기하기 힘든 역할을 해낸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가 뛰어난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권투 영화보다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영화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2005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 조연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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