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4 :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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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4 : 목소리
  • 승인 2005.07.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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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여름 공포영화

영화 한 편이 흥행에서 크게 성공하게 되면 관객들이 속편을 원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은 영화들이 속편을 제작한다. 그 속편이 또 성공하게 되면 3편을 제작하게 되면서 영화는 시즌별로 제작되는 TV 드라마들처럼 시리즈물로 만들어지게 된다. <스타워즈>, <배트맨>과 같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시리즈물로 만들어지면서 몇 십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70년대의 <팔도강산>, 1980년대 에로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애마부인> 등의 영화들이 대표적인 시리즈물이다. 최근에는 속편까지는 제작되지만 흥행저하와 관객들의 취향 변화 등의 이유로 3편이 제작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여고괴담>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제작되면서 여름 극장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놓고 있다.

질병으로 노래를 할 수 없는 음악 선생님(김서형)을 대신해 음악 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영언(김옥빈)은 어느 날 밤, 혼자 성악 연습을 하다가 어디선가 날아 온 악보에 의해 죽는다. 다음 날 영언은 학교에 있지만 친구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짝 선민(서지혜)만이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점차 대형화 되어 가는 한국 영화 산업에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서 적은 예산으로도 기술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신인들의 작품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었지만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여자 고등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다보니 소재의 한계에 부딪힌 듯 어설픈 ‘동성애’가 남발되면서 영화의 집중도를 흔들어 놓는다.

여름 공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대다수 무서움에 소리를 지르기 위해 영화를 보는데 그것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다면 한마디로 2% 부족한 영화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여고괴담4 : 목소리>는 공포 영화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귀신의 존재를 밝히지만 제목과 달리 ‘목소리’라는 것이 공포감을 주지 못한 채 <식스센스>와 같이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무서움에 소리 지르기’는 거의 없다. 이젠 <여고괴담>이 아닌 <남고괴담>이나 <남녀공학 괴담>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만한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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