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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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 승인 2005.07.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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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불친절한 금자씨’

2004년, 칸느 영화제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올드보이>를 외치는 순간 한국 영화사에는 새로운 역사가 기록되었고, 박찬욱 감독은 독특한 취향의 감독에서 일약 전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라서는 쾌거를 이룩했었다.

그 후 세간의 모든 이목이 박찬욱 감독에게 집중이 되었고, 그는 차기작으로 <친절한 금자씨>를 준비 중에 있으며 당시 <대장금>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이영애를 캐스팅해서 ‘복수의 여신’으로 표현하겠다고 해서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2005년 드디어 기다리던 영화는 개봉되었다.

13년간의 감옥생활을 끝내고 출옥한 이금자(이영애)는 자신을 유괴범으로 몰았던 백선생(최민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일을 꾸민다. 금자는 이미 복수를 위해 감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며 ‘친절한 금자 씨’가 되었고, 사회에서 그들의 도움을 하나씩 받는다. 그리고 백 선생을 만나 철저하게 준비한 복수극을 시작한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산소미인’ 이영애의 연기 변신이 눈에 띄는 영화다. 이영애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높낮이 없는 톤으로 ‘너나 잘 하세요’ 등의 대사를 하면서 독특한 금자 씨의 캐릭터를 표현하지만 변함없는 얼굴로 10대에서 30대까지의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어린이 유괴는 이 세상에 다시 있으면 안 되는 극악한 범죄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왜 우리 사회에서 유괴가 이루어지고, 왜 백 선생이 유괴를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그 어디에도 없이 단순히 금자의 엽기적인 복수 행위로 유괴범을 단죄하는 구성의 약점을 드러내며, 많은 등장인물들을 산만하게 배치하고 있다. 물론 박찬욱 감독만의 뛰어난 영상미와 과거, 현재를 드나드는 연출 스타일은 더할 나위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전체적인 조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풍자하며 박찬욱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까메오 출연하는 모습에 간혹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여하튼 기대가 컸던 것만큼 관객에겐 불친절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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