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39話·下] 蝴夢 康舜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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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39話·下] 蝴夢 康舜洙
  • 승인 2005.09.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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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學들, “실용의학적 학문태도 높이 평가”

■ 방제학의 시초 傷寒論

호몽 선생은 원광대에서 방제학교실을 처음 만든 장본인으로 재임기간동안 13명의 방제학 박사와 100여명이 넘는 석사를 배출했다. 또 1990년에는 대한방제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으로서 지방강연을 다니며 학술활동도 펼쳤다.
선생은 한가지의 효과(단방)로 치료하는 것은 방제학이 아니라고 했다. 즉 한 가지 약재가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뿌리와 열매는 어떻고 꽃은 무슨 색깔이고 가을에 약이 되는지 봄에 약이 되는지 등을 연구하는 것은 ‘본초학’이며 여러 가지 약초를 합해서 처방을 만들어 병을 고치는 것이 ‘방제학’이라고 구분했다. 그런데 그런 것조차 한의사들이 구별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1800년 전 장중경이 쓴 ‘傷寒論’에는 소음병 증상이 나타났을 때 목이 뜨끔거리고 아프면 감초 끓인 물을 마시라 했고, 감초를 끓여 마셨는데도 병이 낫지 않으면 감초와 도라지를 섞어 달여 마시라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것이 방제학이 발달하게 된 시초이며 방제학을 제일 먼저 기록한 책이 바로 ‘傷寒論’”이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 가지고 안 낫는 게 두 가지를 써보니까 더 잘 낫거든. 1800년 전이니까 지금까지 방제학이 얼마나 발전했겠어요?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섞어보니까 처방이 생겨나잖아요. 내가 원광대에 맨 처음 방제학교실을 만든 이유도 미래의학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에요.”

그러나 그는 수천년 전의 한의학을 그대로 답습만 해서는 능률적일 수가 없고, 옛날 이론의 틀 속에 묶여 있으면 한의학은 자연 도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1996년 활용빈도가 높으면서 과학적으로 조명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처방 400방을 골라 한의학의 치료체계를 정리하고, 해석한 총 434페이지의 ‘바른 方劑學’(大星文化社 刊)을 집필했다. 선생은 이 책에서 평생을 한의학에 젖어 살아온 견문들을 망라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1992년에는 원광대 한의대 방제학교실 문하생들이 주축이 되어 ‘원광한의학’이라는 회갑기념 논문집을 선생에게 헌정했다.

원광대 한의대 초창기 시절 동고동락했던 정우열 선생은 발간 축사에서 “그의 학문은 동양 철학사상에 기반을 두면서도 서양의 합리주의사상을 포용하고 있어 관념에 빠지기 쉬운 한의학을 객관적인 학문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의 이런 실용의학적 태도가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그의 제자들은 헌정사를 통해 “한의학의 미개척분야인 방제학에 열의를 두어 방제학의 참뜻과 연구방향 그리고 미래의학에 기여할 한의학에 있어서의 방제학의 역할에 대해 가르침을 주었다”며 깊은 존경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번은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자기반 학생이 운동장에서 타반 선생에게 기압받는 모습을 보고 화가나 직접 체벌했는데 다음날 그 학생은 갑자기 손에 마비가 왔다고 한다. 양방병원에 데려가 검사도 해봤지만 이상이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래도 낫질 않자 그 담임선생은 수소문 끝에 갑자원한의원으로 데려와 치료를 부탁했다는 것.
그래서 선생은 약과 침으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약먹는 다음날부터 아이가 발작을 멈추고, 차츰 증세가 호전되는 것 같더니 약 40일만에 마비된 손가락을 다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양방은 원인을 모르면 치료방법도 모르는 한계를 갖고 있다면 이런 경우 한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생은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한의학이 미래의학에 반드시 살아남아 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방제학은 남는다”고 주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의원집안에서 자랐지만 양방도 공부하고 경험할 것은 다 했어. 그런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이지 양방 기초의학도 모르면서 ‘한의학만 제일’이라고 하는 그런 장님은 아니라구. 현대의학이 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 속에 들어있다는 것이지. 한의학의 진정한 가치는 그 속에 있다는 거야.”

수천년에 걸쳐 자연스레 발달하면서 유구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왔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양인의 대다수가 소중히 활용하고 있는 한의학은 현대 서양의학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많은 장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나타냈다.
그는 일본의 사회의학자가 쓴 ‘한방의 인식’이라는 책에는 한의학을 실험을 통해 객관화시켜서 과학화해야 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방제학은 옛사람들이 전해준 처방이 어떠한 症에 쓰이는가를 배우는 게 고작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한 가지 약재의 효력이 다른 약재와 배합되면 어떻게 다른 작용을 하게 되는지 문헌을 통해 발굴하고, 객관화·과학화 과정을 거쳐 미래의학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깨달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종종 제자들로부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란 질문을 받곤 한다는 선생은 노자의 도덕경에 ‘知者不言하고 言者不知’라 해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진짜 아는 것’ 즉 ‘깨달음’은 남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선생 역시 스스로 깨달은 바는 있지만 그것을 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세상에 태어나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듯 권세를 가지면 자유롭지 못하고, 또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면서 보직도 없고 아무런 감투도 없는 지금이 그에겐 더없이 자유롭고 평온하단다.

선생은 이제 시력이 약해져 좋아하는 책을 많이 볼 수는 없지만 남은 생도 오로지 한의학을 위해 살 것이라고 했다.
1997년 원광대 한의대에서 정년퇴임한 이후로는 지금까지 줄곧 갑자원을 지켜오고 있는 강순수 선생은 부인과의 사이에 2남2녀를 뒀으며, 차남 성현 씨(서울 강서구 갑자원한의원장)와 사위 김경요 씨(원광대 부속 광주한방병원장)에 의해 의술이 이어지고 있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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