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 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9·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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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 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9·최종회)
  • 승인 2005.09.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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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문화 개선 주역은 한의사
저질 한약재 소동, 이제는 끊어야


■ 좋아진 품질, 사라지지 않는 한약 파동

10년 이상 한약재 유통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아무나를 붙잡고 “요즘 한약재 품질은 어떤 것 같냐”고 물어 보면 대부분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한약재 문제는 매년 거르지 않고 언론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또 이로 인해 한약관련 업계가 받는 충격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KBS 2TV 추적60분에서 “저질 한약재 당신을 노린다”는 프로가 방영될 때, 한의사를 비롯한 한약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숨죽여 이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예상대로 부작용 사례를 시작으로 한약재의 생산·유통과정의 문제점을 화면을 통해 보여 줬다. 이 보도는 불경기로 얼어붙은 한방의료시장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약재 문제는 다시 등장했다.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두고 한약재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한의협 모 이사는 당시 해당 소비자단체를 찾아가 “93개 검체 중 4군데서 농약이 검출된 것은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나쁜 점만을 부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그 곳 관계자의 “그럼 (검사를)하지 말라는 말이냐”라는 응답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농산물 형태로 100% 완전무결이란 있을 수 없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한약재인 것이다.

■ 친환경 농산물과 한약재

친환경농산물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진열대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01년 친환경육성법의 제정으로 친환경농산물 재배 농가수와 경지면적이 급속히 증가되고 있고, 농림부에서는 5년 내에 국산 농산물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충청남도에서는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 수가 2004년 2,197가구(2083ha)에서 2,430가구(2,310ha)로 10.3%(10.4%)나 증가했다.

반면 가짜 친환경농산물도 덩달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에 가짜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다 적발된 건수는 291건으로 2003년 165건에 비해 무려 76.3%나 증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친환경농산물이라는 문화가 우리 안에 자리 잡았고 확산돼 나갈 것이며 그럴수록 가짜의 자리는 계속 좁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가짜나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기존의 영농법에 의해 생산된 농산물 역시 여전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한약재 역시 마찬가지다. 한약재는 원료의약품임을 강조하고, “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돼야 할 것”을 주장한다고 해도 농산물 식으로 자라고, 그 기준은 최저일 수밖에 없다. 또 불량한약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잘 포장된 유기농 콩나물이나 화학비료 때문에 토실토실 살이 찐 콩나물이나 모두 콩나물로 시장에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유기농쪽의 비중이 계속 커질 것이다.
한약재 역시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다만 속도가 늦을 경우 지탄의 대상이 되고 국민들에게 완전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 먹거리와 한약재의 차이

과거에는 유기농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거리를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한약은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약’이지만 농산물 형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오염 등 안전과 관련해 먹거리보다 더 관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무런 말없이 먹었던 음식물에서 어느 날 아침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잔류농약이나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음식물 파동이 일어나게 된다. 수차례에 걸친 파동 끝에 새로운 문화가 마련된 것이다. 한약재 역시 이 과정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둘은 차이가 있다.
곡식이나 채소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 그러나 한약은 그렇지 않다. 병이 발생해도 대신할 치료방법이 있다. 결국 한약은 국민들이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문화를 따라가지 못할 때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또 한약은 한의사의 손을 떠나 다른 형태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런데 먹거리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계속 변화돼 가고 있는 반면 한약재는 아주 느리게 바뀌고 있다. 음식은 최종소비자인 주부에 의해 급진적으로 변화돼 나가고 있는데 한약재는 정부나 생산자, 판매자가 서로 눈치만보고 늦장을 부렸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국민이 바라는 시장 문화는 저만치 앞서갔는데 한약시장은 그저 옛날 생각만하다 너무 뒤처져 버린 것이다.

■ 연재를 마치며

본지는 이러한 위기감을 한의계를 포함한 한약관련 업계에 조금이라도 전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2004년 8월 ‘민족의학캠페인-한약문화를 바꾸자’는 기획연재를 시작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한약재 문제는 국민들의 문화의식을 따라잡지 못한 “정부·업계·한의계 모두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기획 캠페인은 낙후된 우리나라 한약재 생산·유통의 현실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보호막에 허약해진 우리 한약재 △업체 영세성이 불법 낳는다 △모두가 손해만보는 한약산업 등을 통해서 한약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약관리 마스터플랜 마련 △한약 정보의 지속적 제공 등 정책적·기술적 차원에서 대응책을 모색해 보았다.

연재를 통해 제시했듯이 한약품질 선택은 한의사 몫이다. 한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한의사는 소비자라고 소리쳐 봤자 무의미한 외침일 뿐이다.
그리고 한약문화를 이끌 선구자도 한의사다.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한약이 살아 숨 쉬도록 하고, 믿고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한약’을 대중 앞에 내 놓을 의무도 한의사에게 있다.
1년여에 걸친 연재를 마감하며 꺼져가는 한약문화의 불줄기를 다시 거세게 타오르게 할 한의계의 역동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끝>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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