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3. 경락(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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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3. 경락(下)
  • 승인 2006.02.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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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의 원천 ‘氣’의 현주소
광범위한 개념 정리 필요

현재까지 경락 연구에 사용되는 주요 도구로 봉한학설과 뇌신경과학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경락에 대한 한의계의 연구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 있을까?
한의계 연구의 큰 축이라 할 수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경희대 경락침구연구센터는 공통적으로 임상과 기초연구를 병행한다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경락침구연구센터는 최종목적을 접근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전체적인 경락시스템을 그린다는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역시 침구경락연구거점사업을 시행하면서 경락의 과학화에 있어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따르면 “한의계의 경락에 관한 과학적 연구 방향은 신경과학적인 접근이 대세를 얻고 있다. 그리고 임상연구에 대한 계획에 있어서는 한의학임상방법론 만들기가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구성태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한의학연구원의 경락연구는 침치료의 임상적 효과가 있음을 먼저 밝히는 작업(임상연구)을 추진하되, 기초연구도 병행하고 있으나 역시 효율적인 면에서 임상연구가 우선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 중풍에 대한 임상연구부터 착수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면, 한방임상연구 프로토콜을 만드는 작업과 함께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 한의중풍진단 표준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것은 한방에서 경쟁력 높은 질환으로 중풍을 선정, 변증 표준을 마련하고 침술에 대한 임상시험방법론을 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풍에 대한 침구연구방법론이 확립될 수 있다는 설계이다.

임상연구방법론은 기본적으로 한방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목표 하에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툴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임상연구분야 역시 실험디자인 및 통계·분석 등에 대한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한 예로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근거중심의학적인 연구의 수준’을 평가할 때, 전문가의 의견 및 견해가 가장 낮은 수준의 점수를 받는다면, 임상시험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임상시험 중에서도 연구 설계 및 통제 수준 등 그 질을 평가해 수준을 평가하는 메타분석이라는 분야가 도입되고 있는데, 한의계 역시 연구자 일부에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氣연구 돌파구는 없나

한의학의 실체를 규정하는 연구작업에서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침과 경락, 그리고 한약 등이다. 여기서 보통의 한의사가 기본적으로 갖게 되는 의문 내지는 불만이 있다. 한의학의 기본적인 개념, ‘氣’를 먼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한의사가 한의학연구의 접근대상을 氣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관련 학회로는 대한의료기공학회가 있고, 대학에서는 대구한의대가 기공교실을 운영하여 석·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먼저 기에 대해 한의계가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문헌을 고찰하는 연구와 기공치료 등을 통한 임상 효과를 소개하는 수준에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지난 2000년 氣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바 있지만, 자체 평가 가장 낮게 나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 연구에서 실용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최하의 평가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가 과학적인 연구방법의 대상에서는 사실상 논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기가 논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과학의 전제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연구를 위한 방법으로 임상연구를 활용하면 길이 없지는 않다.

권영규 대구한의대 한의대 기공학 주임교수는 “한의학 연구는 관념·철학에서 탈피하여 실용적이어야 한다. 기의 개념은 다의적이다. 그 넓은 범위에서 임상적으로 특정 범위를 개념으로 정하여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氣는 동양사상의 기본개념으로 한의학적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언어학자, 미술학자, 역사학자, 철학자, 자연과학자 등이 통합적으로 기를 정의해야 한다. 하지만 의학적인 면에서, 우리가 필요한 실용적인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눈앞의 과제라면, 필요한 부분을 떼어내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氣연구는?

한창현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실상 기에 대해 과학적으로 인정되는, 그래서 한의학연구에 수용할 만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의학개론(김완희 著)에 따르면 기는 과거에 자연현상의 변화상을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개념으로, 우주의 모든 사물은 기의 운동변화로 생성되고 소멸된다. 이 관점이 의학에 도입되어 기의 운동변화로 인체의 생명활동을 해석했다.

현대물리학에서 기는 물질적 측면, 정보적 특성, 에너지적 특성, 의식적 특성 등 다양한 면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경우 부분적인 혹은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에 대해 한의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정의가 없다는 사실과 함께, 마음을 포함하는 기의 특성도 과학성이 요구되는 연구자를 혼란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창현 연구원은 “기는 心의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일단 연구에서 심의 개념까지 포함하다 보면, 초감각의 영역으로 넘어가 마치 초감각과 같이 정체성이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氣 관련연구 가운데 기와 심을 연결하는 연구가 있으나, 이것을 한의학과 연결할 경우 자칫 비과학적이거나, 신과학이라 일컬어지는 비주류 과학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게 된다. 기와 한의학은 동병상련의 처지라는 것.

한편 최근 기 연구 관계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로 방건웅(한국표준과학연구원·기가 세상을 움직인다·예인 刊) 씨가 있으며, 그는 양자역학으로 기를 설명하고 있다. 기기로는 일반대중에게도 소개됐던 오라(에너지場)를 측정하는 기기가 있는데, 기를 자기장으로 해석하여 개발된 것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는 이 오라측정기에서 발전된 형태로 보여지는 PIP(Polycontrast Interference Photography)가 소개된 바 있다. 이는 가시 범위를 넘어선 빛 패턴의 간섭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역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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