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민심 이반 심각,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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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민심 이반 심각, 리더십 위기
  • 승인 2006.03.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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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정관개정안 의제화 실패로 촉발
“민의수렴기능 총체적 재점검 계기” 여론 비등

한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회장선출 직선제안이 잇따라 부결되면서 한의계의 민의수렴능력 부재를 질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의협 직선제안은 참석대의원 178명의 2/3선인 의결정족수 119표에 18표 미달하는 101표(56.7%)밖에 얻지 못해 작년에 이어 또다시 부결됐다. 이런 결과는 일선한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직선제 찬성율 76.8%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여서 대의원의 의사가 일선한의사의 여론과 괴리돼 있음을 나타낸다.

대의원의 의사와 일선한의사의 여론에 커다란 간극이 벌어지자 일선한의사들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대의원들에 화살을 돌렸다. 어느 한의사는 “민의와 지도자의 의지가 하나같이 직선제의 필요성을 외치는데 대의원이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일종의 반란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 “직선제를 거부한 대의원은 전원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한의사는 “직선제 부결로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정관 재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직선제안의 부결은 무엇보다 세대간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젊은 층에서도 직선제의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반대목소리는 노장층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세대간의 분열도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전문의와 비전문의로 분열된 데다가 젊은 층과 나이든 계층, 진보와 수구, 출신지역별, 학교별 분열까지 가중됐다. 이러다가는 한의협의 리더십이 작동되지 않고 최악의 경우 한의협조직 자체가 공중에 뜨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대의원인 강연석 씨(서울 동작구 현대한의원)는 “직선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과정이 빠졌다”고 지적하면서 “직선제 도입시 구체적인 투표방법 등을 세밀히 제시해야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당위적인 주장만 있었을 뿐 투표방법과 관련된 세부적인 논의가 실종된 나머지 반대론자가 주장하는 ‘혼란’과 ‘회무낭비’ 우려를 불식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대의원 책임론에 대해 모 대의원은 “직선으로 뽑도록 돼 있는 대의원도 제대로 뽑지 못하면서 회장직선제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대의원제도와 대의원을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일갈했다.

이번 사태를 겸허하게 뒤돌아보자는 견해도 개진됐다. 이승렬(대구 서구 신한한의원) 씨는 “직선제라는 감이 익긴 익었는데 감꼭지가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대의원의 뜻이 반대라면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히고 대안으로 항간에서 거론되는 대의원 소환보다 직선제 논의의 공론화를 제시했다. 그는 지부단위에서 추진되고 있는 직선제를 확산시키거나 또는 총회 개최 전 지역단위의 결의를 유도해 대의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의계 여론수렴기능의 부재현상은 선거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의협 선거제도 자체가 회원의 참여를 봉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권을 위임받은 대의원마저 회원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해 선거의 주요 기능인 회원의 여론 수렴과 한의계의 통합 기능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 대의원은 총회 석상에서 회장선출을 위한 소속 지역 합동정책발표회에 중앙대의원이 한 사람밖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선거의 여론수렴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냈다.

한의협중앙회와 지부, 분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한의협은 정관개정안의 통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대의원 설득작업을 하기로 전국이사회에서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관개정안을 의제화 하는 데 실패했다.

일선 한의사의 여론이 악화되자 한의협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엄종희 당선자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보의 분류기준을 설정해 가급적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AKOM의 여론수렴기능을 활성화시겠다고 밝혔다. 다만 직선제는 한의협중앙회보다 지부·분회나 유관언론사 차원에서 논의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결국 어느 한 쪽을 공박하기보다 각 직능별로 자신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기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직선제 부결사태로 빚어진 여론과 회무의 괴리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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