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집단이 전문직종 유린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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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집단이 전문직종 유린해도 되나?
  • 승인 2006.06.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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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침학회’, 한약 효과 폄하 넘어 한의사 존재가치 부정
한의계, 근거없는 흠집내기 보도에 강력 대응 방침 천명

한의학에 대한 보건의료계 내외의 공격이 한의학에 대한 폄하를 넘어 한방의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단계로 치닫고 있어 강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567호 종합, 사설, 기고 참조>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임산부에 나쁘다, 중풍환자가 한방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등 한의학에 대한 비방은 물론 한약재, 한약가격에 대한 시비에 이르기까지 한의학 공격은 끝이 없는 상태다.

공격의 방법도 다양화, 지능화돼 한의계의 방어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때론 국내외의 학술논문으로, 때론 소비자단체나 정부기관의 보도자료 형태를 총 가동해 한의학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임의단체인 고려수지침학회와 그 단체의 장인 유태우 씨가 운영하는 보건신문이 한의학 공격의 최일선에 나서기라도 한 듯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한의학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수지침학회는 ‘한약사용 주의하세요’라는 제하의 지난 4월 17일자 보건신문 광고를 통해 “한약재 약 80% 이상이 효과가 불확실하고, 건강과 질병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다”면서 “본사(보건신문사·고려수지침학회)에서 발행한 모든 한방책자도 보급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어 책자판매를 중지한다”고 공표, 한의학 공격의 첫 번째 포문을 열었다.
이 학회는 또한 한약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한약재배, 채취, 유통, 수출입, 치료, 보약, 식품 등 한약이용과 한약을 재로로 하는 사업에도 신중한 선택을 당부한다’고 밝혀 공격의 대상이 한의사 외에도 모든 한약관련 업종에 걸쳐 있음을 시사했다.

고려수지침학회는 한약관련단체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듯 했으나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약 효과 미미하면서 부작용 심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같은 신문에 또다시 내보냈으며, 이어서 KBS가 2004년 8월에 보도한 한약재 유통과 관련된 내용을 인용하는 등 일련의 기획기사와 칼럼을 통해 한의학 죽이기에 가까운 공격을 계속했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는 설문조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을 대부분 갖추지 못해 신빙성이 결여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성이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본의 대상이 전국의 성인 남녀를 지역별로 고르게 추출했다기보다 소속회원 등 행사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문항자체도 한약의 부작용을 유도하는 질문들로 일관돼 있어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심지어 이 신문은 한의학의 발달배경이나 한의학원전에 대한 해석까지 왜곡해 한의학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유린했다.

조사 결과도 ‘효과 미미’, ‘부작용 심각’, ‘위약효과보다 못하다’, ‘한의사와 한방의료기관의 존재가치가 불필요하다’ 등이 대부분으로 설문조사의 의도성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한 마디로 한약은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많으며, 인체에 엄청난 폐혜를 끼친다는 게 설문조사와 이를 게재한 보건신문 기사의 결론이었다.

더욱이 한의계와 대립해왔던 양의계의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종근)는 보건신문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담은 포스터를 1만부이상 제작해 전국의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피부과에 배포하겠다고 밝혀 한의계의 공분을 샀다.
보건신문의 기사를 접한 한의계는 한의학을 흠집 냄으로써 전문직종인 한의사를 무참히 유린한 사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태숙 한의협 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장은 “자기 영역밖의 학문에 대해 자기들의 잣대로 좋다, 나쁘다 재단하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설문조사의 방식과 내용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보건학을 전공한 모 한의사는 “한약을 먹었는지 여부를 묻는 문항이 먼저 나오고 부작용 여부를 묻는 문항이 그 다음에 배치돼야 형식상 맞는데 고려수지침학회의 조사는 부작용부터 물었다”고 꼬집었다. 황제내경 영추경을 인용 ‘침술에는 한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모 한의대의 한 교수는 “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침을 보급한다는 취지에서 한약의 독성을 조심하라는 뜻이지 약을 사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해당 기사로 피해를 본 한약업계도 일제히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모 한약단체회장은 “하도 어이가 없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계는 이번 사건의 이면에 양의계와 고려수지침학회 사이에 암묵적인 합의가 있지 않았느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 의혹은 보건신문의 보도, 양의계의 포스터 배포 기도로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일원화를 추구하는 양의계와 침구사제도의 신설을 요구하는 고려수지침학회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한의학 흠집내기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한의협이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대응포스터를 준비하는 한편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부당성 알리기에 나섰다. 한의계의 움직임이 예상외로 신속하게 진행되자 장동익 의협회장은 13일 오전 포스터전을 유보한다는 의사를 한의협에 전달했고 한의협은 언제든 맞대응을 불사한다는 전제아래 의협의 제안을 일단 수용, 극한 대결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의협은 보건신문에 대해서는 한의학과 한약을 부정하고 음해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로 간주해 강력 대응키로 했다. 한약관련단체와 공동으로 민형사상 고발 조치와 언론중재 신청, 한의협 출입금지와 취재협조 거부 등이 주요한 대응 수단들이다.
한의협의 대책들이 보건의료계에 만연한 한의학 폄하풍조와 여론조작을 뿌리뽑는 근본 대책이 될지 아니면 과거와 같이 변죽만 울리고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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