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약값압력 한약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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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회사 약값압력 한약에 불똥
  • 승인 2003.03.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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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제약업체 한약제제 개발로 활로 모색
한약 '동네북' 으로 전락... 한의계 속앓이 계속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퇴임인사를 계기로 터져나온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값압력의 불똥이 한약에도 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약분업을 전후도 다국적 제약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제약회사의 관심이 한약제제의 생산에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카피약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회사는 오리지널약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에 현격히 밀리면서 활로를 한약의 제제화에서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 소속된 27개사다. 미국계 10개사, 유럽계 16개사, 일본계 1개사다.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이들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점유율은 1999년 16.4%(1조 1290억원), 2000년 18.3%(1조 1795억원), 2001년 18.4%(1조 3000억원)으로 2년만에 2%(1010억원) 증가했다. 국내 제약회사도 의약분업으로 생산이 증가했지만 외국 제약사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오리지널약을 선호하는 국민의 성향과, 이들 회사와 처방 약품비의 5∼20%를 리베이트로 받는 의료인들이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점유율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국내제약회사는 이렇듯 좁아지는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심을 한약제제 돌리는 흔적이 쉽게 포착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식약청 주관으로 한국제약협회 강당에서 열린 의약품허가제도 설명회는 제약회사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천연물의약품 등에 대한 입법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제약회사와 병원 관계자 등 150여명이 자리를 모두 채워 관계당국자조차 놀라게 했다.

신약 하나 개발하려면 보통 15년 이상 걸리고, 비용도 500억달러 이상의 연구개발비가 들어 국내제약회사로선 감당할 수 없고, 그나마 카피약으로 연명하던 국내 제약회사가 의약분업으로 설자리를 잃어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궁여지책으로 제약회사 살리기작전의 하나로 의약품허가에 필수항목인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걸고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조치 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산술적으로 최대 1만 4천개의 한약처방이 한약제제로 허가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 한의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생산되는 한약제제는 350여 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왠만한 한약은 약국에서도 다 구입할 수 있는 셈이 돼 한방의료기관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계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미국의 각종 기관을 통해 편지, 공문, 방문면담 등의 수단을 총동원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압력을 가한 사태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남 모를 속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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