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사용 업무정지 처분은 재량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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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사용 업무정지 처분은 재량권 남용
  • 승인 2006.07.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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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보건소 위법 … 한의사의 방사선사 지휘권엔 신중 판단
서울고법, “한방병원 CT 진단은 위법”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제8특별부(재판장 최은수)는 기린한방병원이 서초구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3개월 업무정지처분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원고인 기린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고법은 판결문에서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 과징금 부과와 같은 처분도 가능한데도 의료기관의 업무를 정지시킴으로써 CT기기와 관계가 없는 진료행위까지도 막는 것은 위법”이라고 보고 피고인 서초구보건소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재판부는 서초구보건소의 행정처분이 지나쳐 위법하다는 1심 재판의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판결의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판결을 뒷받침하는 근거에서 불리한 내용들이 개진된 것이다. 즉, 고법은 “의료법상 한의사의 CT 사용을 제한하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한방은 별개의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CT사용은 한방의료 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 지난 2004년 12월 21일 서울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의 근거를 번복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를 구분하고 있는데, 의료법상의 규정만으로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각 범위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의료법의 취지와 관련 법령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사회적 통념 등에 의하여 그 범위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학문의 기초, 진찰과 치료행위, 면허가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적으로 구분돼 있다고 정리했다.

특히 CT기기와 관련된 규정들이 한의사가 CT기기를 이용하거나 한방병원에 CT기기를 설치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고 교육과 시험의 내용에 비추어서도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CT 등 방사선기기를 이용한 기린한방병원의 진단행위는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위법이지만 3개월의 업무정지를 처분한 서초구보건소도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한의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청구취지인 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승소하게 됨에 따라 이후 대법원 상고가 어렵게 됐다. 이는 항소하지 않은 자가 승소하면 상고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민법과 행정소송법에 따른 것이다.
서초구보건소가 상고하면 가능하나 이 경우 가능성은 적다. 또한 서초구보건소가 과징금을 부과한 뒤 기린한방병원이 반발해 처음부터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으나 마찬가지로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의계는 1심 판결내용이 번복되자 매우 실망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소송의 당사자인 김길수 기린한방병원장은 “개인은 승소했지만 CT를 잃은 것은 소탐대실이었다”고 밝혀 내용적으로 패소했음을 내비쳤다. 김 병원장은 “CT기기는 검사기기일뿐 진찰기기는 아니다”면서 향후 공세적으로 대응할 뜻을 나타냈다. 한의협의 최정국 홍보이사도 “판결내용에 사회적 편견이 작용했다”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한 판결내용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 한의계 인사들도 소송의 결과를 패소로 평가하는 인상을 주었다.

재판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한의계 일반의 분위기와는 달리 긍정적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한의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에 개원한 한의사는 “재판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한의사는 CT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언론에 홍보한 양의계에 밀린 결과이지 재판 자체에서 패소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어떤 구속력 있는 판결을 내린 것도 아닌데 마치 모든 것이 끝난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양의계의 페이스에 말려든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의협은 판결내용에 대한 정밀히 분석을 바탕으로 법률 개정과 한의대 교과과정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에 있어서는 특히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개정에, 교육부분에서는 방사선 임상실습을 보완하는 데 비중을 둘 것이 예상된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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